중국 부동산발(發) 위기론이 커지면서 정부도 대응 수위를 높였다.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금융·거시경제 당국이 모인 범정부 상황반을 꾸리면서다. 금융당국은 이번 부동산 위기와 관련한 직접적인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일단 미미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대(對)중국 수출 의존도가 여전히 높고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효과로 ‘상저하고’를 기대하고 있던 우리나라로서는, 이번 사안이 하반기 경제 반등 폭을 제한하는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 中 부동산 위기 확산에 韓 정부도 경계 태세
2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지시로, 기재부 경제정책국 내 ‘중국경제 상황반’을 설치했다. 기획재정부를 컨트롤타워로, 한국은행·산업통상자원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국제금융센터 등 관계기관 간 긴밀한 공조 체계를 구축하고, 24시간 주시하겠다는 것이다.
방기선 기재부 1차관 주재로 매주 두 차례 열리는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에서 대응책을 논의하고, 매일 오전 차관보 주재로 금융위 상임위원·한은 부총재보·금감원 부원장보 등이 참여하는 ‘거시 경제 금융 현안 실무 점검 회의’에서도 중국 상황을 상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우리 경제의 대중국 민감도가 높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관련 분야를 중심으로 모니터링 수위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와 별도로 이명순 수석부원장이 총괄하는 중국 부동산 리스크 일일 점검반을 가동하고, 금융 시장의 급격한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지, 익스포저와 관련한 특이 동향이 있는지 등을 일 단위로 점검 중이다.
◇ “‘상저하고’ 기대에 악재… 환율 리스크도”
정부가 이처럼 경계감을 높인 것은 최근 ‘차이나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이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직면한 데다, 또 다른 부동산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 그룹이 미국 맨해튼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하반기 경기 반등 기대 측면에 있어서는 분명한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정부나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 경제가 상저하고(상반기 경제성장률이 낮고 하반기 높음)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하반기 반등의 근거는 중국 리오프닝 효과과 반도체 등 정보통신(IT) 경기의 회복이었다.
그런데 이번 중국발 부동산 위기가 더해지면 수출 회복 지연, 환율 상승 등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으로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중국 수출 비중이 최근 많이 줄기는 했지만, 중국은 여전히 약 20% 수준의 최대 교역국이기 때문이다.
원화도 당분간 불안정할 전망이다. 중국 경제가 악화할 때마다 위안화와 원화의 동반 약세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원·달러 환율은 닷새째 상승해 1342.0원에 마무리했다. 장중에는 연고점(1343.0원)을 찍을 만큼 가파르게 올랐다. 다만 지난 18일엔 1338.3원으로 내려오면서 ‘숨 고르기’ 하는 양상을 보였다.
◇ “영향 제한적일 것… 우선 유커 유치에 집중”
다만 정부는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악재를 상쇄하는 요인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기존 경기 전망은 유지하는 분위기다. 최대 소비재 수출국인 미국의 경기 호조세가 대중 수출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감을 비롯해, 반도체 업계 역시 중국 수출 비중이 높긴 하지만 이는 특정 지역의 경기보다는 업계의 사이클 영향이 더 크다는 시각도 있기 때문이다.
추경호 부총리도 기자들에게 “당장 직접 우리 금융시장이나 기업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금융·실물 부분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 주시하고는 있다. 중국 당국과 금융기관의 대응 등을 지켜봐야 해서 어떤 한 방향으로 예단하기 어렵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부는 현재 중국의 부동산 위기가 부정적 요인이긴 하나, 긍정적인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경기 대응 측면에서 더욱 필요한 때라고 바라본다. 중국인의 한국 단체 관광이 6년5개월 만에 재개되면서, 중국 국경절 황금연휴(9월 29일~10월 6일)를 전후로 중국인들의 방한 관광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부가 관련 대책을 마련 중이다. 이는 9월 초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