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치킨 프랜차이즈 BBQ가 2일 모든 치킨 메뉴의 가격을 2000원 올렸다. 이번 가격 인상으로 대표 메뉴인 ‘황금 올리브 치킨’은 1만8000원에서 2만원으로 11.1% 가격이 올랐다.

지난달에는 분식 프랜차이즈 ‘걸작떡볶이’가 대표 메뉴인 ‘국물치즈떡볶이’의 가격을 1만원에서 1만1000원으로 10% 인상했다. 김밥 프랜차이즈 얌샘김밥도 얌샘김밥 가격을 3200원에서 3500원으로, 날치알톡톡김밥을 4500원에서 5000원으로 올렸다.

가공식품 가격도 계속 오르고 있다. 지난달 CJ제일제당(097950)이 연료비 인상을 이유로 즉석밥 ‘햇반’의 가격을 8% 가량 올렸다. 라면·스낵업계에선 팜유 시세 급등에 주요 제품의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시내 한 음식점이 붙여놓은 최근 바뀐 가격표. /연합뉴스

◇ 가공식품 7.4%, 외식 6.6%… 먹거리 물가 비상

통계청이 3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008년 10월 이후 13년 6개월만에 최고치로 오른 주요 배경으로 서비스 물가 급등세가 지목된다. 외식 가격을 포함한 개인서비스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5% 올랐다. 지난 2월 4.3%, 3월 4.4%에 이어 매달 1%포인트씩 올랐다. 개인서비스가 전체 물가상승률에서 차지하는 기여도는 ▲지난해 9월 0.89%P ▲10월 0.87%P▲11월 0.96%P ▲12월 1.06%P ▲올해 1월 1.20%P ▲2월 1.32%P ▲3월 1.36%P ▲4월 1.40%P로 비중이 커지고 있다.

특히 외식 물가는 지난달에 이어 두달 연속 6.6% 상승했다. 지난 2월 6.2% 상승부터 세 달 연속 6%대 상승률이다. 외식물가가 이렇게 급등한 것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인 1998년 4월 7.0% 오른 것 이후 24년만이다.

외식 뿐만 아니라 가공식품 등 먹거리 물가도 거침없이 오르고 있다. 가공식품 물가도 7.2% 상승해, 지난 2012년 2월(7.4%) 이후 10년 2개월만에 가장 높았다. 3월엔 2.2% 하락을 기록했던 신선식품지수도 4월엔 1.0%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먹거리 물가 상승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곡물 등 식품 원재자 수요가 급증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원자재·곡물 공급난이 심화하면서 국제유가와 곡물 가격이 급등한 게 물가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통계심의관은 “공급과 수요 측 대표 요인인 석유류·농축수산물·개인서비스 등 세 품목이 전체 4.8% 상승하는데 3.1%p 기여했다. 전체의 63.8%를 차지한 셈”이라고 했다.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 최저임금 9160원이 적힌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뉴스1

◇ 먹히지 않는 물가 제어…임금발 이차 물가 쇼크 우려도

식탁 물가 비상에 정부는 비축물량을 방출하고, 주요 수입 곡물 등에 할당관세를 적용하는 등 물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프랜차이즈 업체의 가격 인상 현황을 공개하는 ‘외식가격 공표제’를 시행하며 외식기업을 압박했지만, 이 또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에는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시장 계도 차원에서 ‘착한 가격업소’ 지정 캠페인 등을 통해 가격 인상을 자제시키는 단속행위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가 많아 이러한 방식으로 천정부지로 치솟는 서비스 가격을 통제하기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선 고(高)물가 상황 장기화로 임금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임금 인상으로 인한 서비스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되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발표한 ‘최근 노동시장 내 임금상승 압력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최근 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노동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물가 상승이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이차 효과(secondary effect)’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하반기 이후부터 이어진 급격한 물가 상승세가 올 하반기 이후 임금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물가 상승이 1년(4분기)의 시차를 두고 임금에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이 분석대로라면 지난 3월부터 4%대로 올라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내년 상반기까지 임금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렇게 오른 임금은 또 약 1년 반(6분기)의 시차를 두고 개인서비스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 인상이 추가적인 물가 상승의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오삼일 한국은행 고용분석팀 차장은 “물가상승 → 임금상승 → 물가 추가상승의 악순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경제 주체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