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공공기관의 경영평가 지표가 기관별로 최대 41% 축소된다. 또 기관이 특정 분야에서 양호한 성과를 냈더라도 종합 등급이 D 이하로 미흡하면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다.
기획재정부는 29일 제17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이 담긴 ‘2022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편람’을 심의·의결했다.
우선 정부는 2017년 40개였던 지표 수가 현재 81개(공기업 기준)까지 증가해 기관 부담이 늘었다며 내년부터는 유사・중복 지표와 기관 경영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지표를 통폐합하기로 했다. 공기업 평가 지표는 81개에서 57개로 29.6% 줄고, 준정부 기관은 73~79개에서 50~55개로 31%가량 축소된다. 정원이 200명 미만인 중소형 기관 24곳의 지표는 올해 73개에서 43개로 41.1% 줄어든다.
또 정부는 외부 평가와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일부 경영평가 지표 때문에 여러 평가를 모두 받아야 하는 이중부담이 발생하고 있다며,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6개 외부평가를 계량 지표화해 경영평가에 그대로 반영하기로 했다. 이 경우 기관은 부처별 외부평가만 받으면 되고, 경영 평가 시 별도의 실적 보고서를 제출할 필요가 없어진다.
현행 상대평가가 기관 간 서열화 문제를 야기한다는 지적을 고려해 내년부터는 기존 종합평가와 별도로 개별 기관의 실적 개선도를 평가해 공개한다. 또 성과급을 산정할 때는 범주별(종합·경영관리·주요사업) 성과급 산정 방식을 없애고 종합 등급만 따져 성과급을 산정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종합 등급이 D・E 등급(미흡 이하)인 기관이 경영관리나 주요 사업 범주에서 C등급 이상을 받아 성과급을 받는 경우가 있었다. 예컨대 직원들의 땅 투기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올해 종합 평가에서 D등급을 받았지만 경영관리에서 C등급을 받아 성과급 지급이 가능해졌다. 앞으로는 이런 사례를 막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내년 경영평가 때 현재 공기업·준정부기관·중소형기관으로 나눈 분류를 기관별 업무 특성과 규모에 따라 더 세분화하고 차별화된 평가 방식을 적용할 계획이다. 가령 공기업은 ‘사회간접자본(SOC), 에너지, 산업진흥’으로 분류하고 준정부기관은 ‘기금관리, SOC·안전, 산업진흥, 국민복리증진’으로 나눈다. 중소형기관은 중형(200~300명), 소형(200명 미만)으로 나눈다.
또 기관별로 재무 지표 1~2개를 자율적으로 선정하도록 했던 현재 평가 방식을 기관별 재무 규모와 상황에 대한 검토를 거쳐 객관적으로 맞춤형 재무 지표 3~4개를 설정하는 방식으로 바꾼다. 보훈병원(보훈복지의료공단), 산재의료원(근로복지공단) 등 공공병원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따른 수당 증가 등에 대해서는 경영평가 때 예외를 인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내년 2월 사전평가, 3월 서면평가, 4월 현장실사, 5~6월 검증 등의 절차와 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6월 20일까지 평가 결과를 확정해 발표할 방침이다.
이날 정부는 공공기관의 회계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회계 직원의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기재부의 종합 결산 작성이나 감사원 검사 과정에서 공공기관 결산 자료상 회계 오류가 발견되는 일이 반복되자 개선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정부는 일단 내년 공기업·준정부기관 회계기준을 개정해 재무제표 작성 책임이 공공기관장에게 있다는 것을 명시하고, 회계감사 전 외부감사인에 제출하는 재무제표를 소관 부처에도 제출하는 걸 의무화하기로 했다. 그간 공공기관은 민간기업과 달리 재무제표 작성 책임을 대표이사가 진다는 규정이 없어 책임 소재 논란이 불거지는 경우가 있었다.
또 정부는 회계관리 통제절차 운영 실적을 경영평가에 반영하고 공공기관 특수성을 고려한 내부회계관리제도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공공기관 회계직원의 장기근속을 유도할 수 있도록 회계직 우대 채용, 근속 보장, 보상체계 운영실적을 경영평가에 반영한다. 회계 감사 품질 향상을 위해 공공기관형 표준감사시간제 도입을 검토한다. 이를 위해 내년 중 연구용역을 추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