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빠르면 내년 3~4월쯤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종료하고 정책금리를 최대 3회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최근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테이퍼링 속도 조절에 영향을 미치는 최대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은 29일 발표한 ‘국제금융시장 동향 및 주요 이슈’에서 “시장에서는 예상보다 높은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일부 연준 인사의 테이퍼링 가속화 가능성 시사,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재임명 등으로 테이퍼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가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일부 해외 투자은행(IB)은 자가주거비 관련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확대, 예상보다 타이트한 노동시장 전망 등을 근거로 연준이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테이퍼링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연준이 오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 규모를 매월 150억달러에서 225억~300억달러로 늘리면서 내년 3~4월 테이퍼링을 종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와 맞물려 일부는 정책금리 정상화 일정도 앞당겨질 것으로 봤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중 정책금리 인상 전망을 기존 2회에서 3회로 변경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노무라도 기존 1회에서 3회로 전망을 수정했다.

한편 주말 사이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는 테이퍼링 가속화 가능성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일부 투자은행은 진단했다. JP모건은 “변이 바이러스가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평가는 일정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신종 변이 출현으로 단기적으로 연준 등이 비둘기파(dovish·통화 완화 선호)한 기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공급병목 현상 심화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테이퍼링과 관련해 당분간 신종 변이 관련 상황 전개가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가운데 다음달 3일과 10일에 각각 발표되는 미 11월 고용지표와 물가지표, 파월 의장의 청문회 발언이 향후 테이퍼링 향방을 가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미국 내에서도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연준이 ‘돈줄 죄기’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 금융 전문지 배런스의 윌리엄 페섹 주필은 지난 26일(현지시각)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기고한 ‘연준의 제롬 파월은 한국에서 배울 것이 많다(Jerome Powell’s Fed Has Much to Learn From Korea)’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이끄는 한국은행이 자산버블과 인플레이션 추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두 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반면, 연준은 대응이 필요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연준도 한국은행을 본받아 긴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