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6일 기준금리를 연 0.50%에서 0.75%로 전격 인상하자 주요 외신은 “한국이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아시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먼저 금리를 올렸다”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한국이 주요 아시아 경제 중 처음으로 금리인상을 단행했다”며 “기록적인 가계부채와 치솟는 집값을 둘러싼 우려가 델타 변이 확산에 대한 두려움을 압도한 결과”라고 보도했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이코노미스트인 알렉스 홈스는 한국은행이 금융불균형 완화를 위해 추가 긴축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7월 연간 기준으로 14.3% 뛴 집값과 10.3%에 달하는 가계부채 증가율이 (금리인상)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도 한국은행이 코로나 재확산보다 가계부채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통화정책이 경기 부양보다 자산 버블(거품)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전환됐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이어 “뉴질랜드가 머뭇거리는 사이 한국이 먼저 기준금리를 올렸다”며 “팬데믹 국면에서 벗어나려는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결정이 경제와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은 “스리랑카 중앙은행이 지난주 기준금리를 올린 후 아시아 주요국 경제 중 금리를 올린 것은 한국이 처음이었다”면서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으로 인해 글로벌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압력에 대한 우려가 전면에 부각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닛케이도 “시장 전문가들은 금융불균형 문제가 코로나 4차 대유행으로 인한 경기 둔화 우려보다 중요하다고 평가한 한국은행이 이르면 연내 또는 내년 초에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시장 전문가 3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8명이 이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상 전망이 동결보다 조금 더 우세했다. 나머지 16명은 금리인상 시점이 10월이나 11월로 미뤄질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이날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연 0.5%에서 연 0.75%로 0.25%포인트(p)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금통위는 코로나 4차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하반기에도 경제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진 데다 가계부채 급증에 따른 금융불균형이 누적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리인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주열 총재는 이날 “경기 개선 정도에 맞춰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해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