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확정 예정인 철도 분야의 최고 법정 계획 ‘제4차 국가철도망계획’에 각 지방자치단체가 의견을 최종안에 반영하고자 고군분투를 벌이고 있지만,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5년에 한번씩 발표하는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은 2021~2030년까지의 ‘철도 청사진’으로, 각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숙원 사업을 이 계획에 포함시키기 위해 사활을 건다.

철도망계획은 이달 말 국토부 철도산업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 고시된다. 현재는 최종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관가에서는 철도망계획이 원안에서 대규모 수정 사항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더 큰 상황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철도망계획의 경우 단순히 해당 사업의 사업성이 좋고 나쁨만을 따지기보다는 전체적인 국토의 균형 발전 측면에서 봐야 한다”며 “이를 고려해 4월에 계획을 발표한 것이므로 원안에서 큰 틀의 변화가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각 지자체장들과 주민들은 이 계획을 확정할 권한이 있는 중앙정부부처인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를 찾아다니며 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철도망계획에서 지자체들이 철도망계획에 반영할 것을 강력 요구하는 대표적인 사업 4가지를 짚어봤다.

2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열린 'GTX-D 원안사수!' 김포-하남 노선 반영과 서울 5호선 김포 연장을 촉구하는 집회에서 한 참석자의 선글라스에 손피켓이 비치고 있다./연합뉴스

①강남 직결이냐, 용산이라도 가느냐...’김부선' 오명 쓴 GTX-D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D노선은 이번 철도망계획에서 가장 잡음이 심한 사업이다. 국토부로 하루 수백통의 관련 민원 전화가 지난 4월 이후 꾸준히 쏟아지고 있다. 경기 김포 주민들의 시위에 더해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김포 갑)과 박상혁(김포 을)의원 등 김포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지난 2일 정부세종청사 국토부 앞에서 삭발식을 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송영길 민주당 대표까지 나서서 GTX D노선 변경을 건의하기도 했다.

이 노선이 철도망계획의 ‘뜨거운 감자’가 된 이유는 강남까지 직결되지 않고 부천을 종점으로 하는 것으로 계획안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는 인천시와 경기도가 앞서 국토부에 제안한 노선보다 대폭 축소된 것이다. 두 지자체가 제시한 세부적인 노선은 다르지만, 전부 서울 남부로 GTX D가 환승없이 직결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지난 4월 22일 발표된 철도망계획에 반영된 GTX D의 노선이 부천종합운동장역에서 끝나는 것으로 돼 있자, 김포 주민들은 강력 반발했다. 이대로라면 김포에서 GTX D를 타고 서울 강남으로 진입하려면 부천까지 와서 지하철 7호선으로 환승하는 방법 뿐이다. 그래서 GTX D에는 ‘김부선’이라는 별명이 있다. 김포 장기에서 부천종합운동장역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노선이 정해지면서 김포의 ‘김’과 부천종합운동장역의 ‘부’를 딴 것이다.

김포 주민의 반발이 거세지자, 대안으로 국토부는 현재 건설 추진 중인 GTX-B 노선과 선로를 같이 쓰는 방식으로 서울 여의도 또는 용산역까지 직결 운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강남 직결을 주장하는 주민들과 용산역이라도 연결되기를 바라는 주민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강남이든 용산이든 서울로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민원, 무조건 강남으로 가야 한다는 민원이 동시에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②전라도와 경상도 가로지르는 ‘달빛내륙철도’

광주와 대구를 잇는 달빛내륙철도는 철도망계획 최종안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사업 가운데 하나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대선 공약이었는데, 지난 4월 철도망계획에서 ‘신규 사업’이 아닌 ‘추가 검토사업’에 반영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광주시, 대구시 등 영·호남 6개 지자체는 달빛내륙철도 건설을 최종안에 포함시킬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해당 지역 주민에 더해 유력 정치인들까지 나서 국토부가 마련한 초안의 수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최근 김부겸 국무총리는 “달빛내륙철도는 대선공약인 만큼 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해야 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유관 지자체들은 막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은 최근 국가철도망구축계획 최종 심의기구인 철도산업위원회의 당연직 위원인 정부 부처 차관들에게 달빛내륙철도 사업을 반영해 줄 것을 호소하는 공동서한문을 전달했다.

충청권 광역철도망 예상 노선도

③용인시 숙원사업인 경강선 연장

지난 16일 용인시민 100명은 정부세종청사 국토부 앞에서 철도망계획에 경강선 연장 수정안을 반영해 줄 것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백군기 용인시장은 이달 7일 기획재정부를 찾아 안도걸 기재부 2차관에게 국가 철도망 구축계획에 경강선 연장을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이 관철시키고자 하는 노선은 경강선 연장이다. 용인시가 추진해왔던 경강선 연장 노선 원안은 경기 광주시 삼동역에서 처인구 포곡읍 에버랜드를 지나 이동을 거쳐 안성까지 이어지는 것이었다. 경강선 연장사업은 지난 4월 발표된 철도망계획 초안에 추가 검토사업으로 분류돼, 추진이 불분명해졌다.

이에 용인시는 앞서 지난 5월 광주·안성시와 협의해 당초 건의 노선보다 17㎞를 단축한 수정안을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 단축된 노선은 광주 삼동에서 용인 남사를 연결하고 ‘동탄~안성~청주공항선’과 환승할 수 있다.

④청주도심 안 지나는 충청권 광역철도

충청권 광역철도가 청주 도심을 통과하지 않는 것으로 철도망계획에 담긴 것도 지자체의 주요 반발 포인트다. 충청권 광역철도에는 당초 충청북도에서 요구한 청주도심 통과 노선이 배제됐다. 충청권 광역철도노선이 대전 반석~세종 정부청사~조치원~오송~청주공항 구간만 반영됐고, 오송~청주 도심~청주공항을 잇는 구간은 빠졌다.

당시 이시종 충북지사는 이번 초안 공개와 관련해 온라인 브리핑에서 “도민의 염원인 청주도심 통과 노선관 감곡~청주공항 노선이 반영되지 못해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이후 충북도와 관련 시민단체 등은 청주도심통과 광역철도 쟁취 범시민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국토부와 청와대 등 정부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지자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철도망계획은 초안에서 대폭 수정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부 관계자는 “4월에 발표한 초안도 재정 당국을 비롯해 당·정이 협의한 사안”이라며 “의견 수렴 기간에 일정 부분 반영되는 케이스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사업비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경우에는 반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