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지난달 수출 주요품목인 자동차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서 제조업 생산과 제조업 가동률 지수가 급감했다. 거리두기 완화 여파로 서비스업 생산이 증가하는 등 내수가 바닥을 다지고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 물량 부족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경기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3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광공업생산은 전월대비 0.8% 감소했다. 반도체(4.3%) 등에서 생산이 늘었으나, 자동차(-4.8%), 기계장비(-3.0%) 등에서 생산이 줄어든 영향이다. 광공업생산은 전월대비 기준 지난 1월 -1.2%를 기록한 뒤, 2월에는 4.4% 늘었지만 지난달 다시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지난달 자동차 생산이 줄어든 것은 차량용 반도체 등 부품 수급 차질에 따른 생산량 조정이 원인이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은 완성차 업계가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예측에 실패하면서 발발했다. 여기에 주요 반도체 공장이 있는 미국 텍사스, 일본, 대만 등에 가뭄과 화재 등 자연재해와 사고가 겹치면서 더욱 심화됐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여파로 지난 2월 생산을 중단한 GM 캔자스주 공장.

현대차(005380) 등 완성차 업체들은 재고 부족으로 일부 생산 라인 가동을 중단하는 등 차량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업계에서는 물량 확보 방법이 없어, 수급난이 연말까지 장기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자동차 생산 차질이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상황이다.

자동차 생산이 멈추며 제조업출하와 제조업가동률지수 모두 추락했다. 제조업 출하는 석유정제, 화학제품 등에서 늘었지만, 자동차, 전자부품 등에서 줄어 전월대비 0.6% 감소했다. 특히 생산 능력 대비 생산 실적을 뜻하는 제조업 가동률지수(100.8)도 기타운송장비, 전기장비 등에서 늘었지만, 자동차, 기계장비 등에서 줄어 전월대비 3.1% 줄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75.0%로 지난달과 비교해 2.4%포인트(p) 하락했다.

이에 따라 3월 전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0.8% 증가에 그쳐, 지난 2월 증가율인 2.1%보다 증가세가 둔화됐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기저효과 영향으로 5.8% 늘었다. 서비스업 생산이 거리두기 완화 지속 여파 등으로 전월 대비 1.2% 증가했지만, 광공업생산의 부진으로 전월 대비 증가율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지난 2월 전산업 생산은 전월 대비 2.1% 증가했다.

코로나 확진자가 일평균 600~800명대로 늘어나는 등 4차 대유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도 경기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코로나 확산이 진정되지 않아 향후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단계가 상향되고, 영업제한 조치가 재강화될 시 회복 조짐을 보이던 서비스 생산 역시 주저앉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