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주연대가 승리했습니다. 이제 시장에서도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을 겁니다.”

지난 11일, 바이오 기업인 제노스코의 상장 무산 소식이 전해진 이후 오스코텍 주주들이 모인 소셜미디어(SNS) 공간은 자축 메시지로 들끓었다. 한국거래소는 모회사인 오스코텍과의 사업 중복을 이유로 자회사 제노스코의 상장예비심사 결과 미승인 결정을 내렸다. 오스코텍과 제노스코 모두 항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기술 이전료로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제노스코는 국산 항암제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렉라자의 원개발사다. 렉라자 수익은 유한양행이 60%, 오스코텍·제노스코가 각각 20%씩 나눠 갖는다. 현재 제노스코 매출은 모두 렉라자 기술료 수입이다.

거래소의 이번 결정은 회사가 상장예심을 청구한 지 6개월 만에 나왔다. 제노스코는 기술성 평가에서 만점을 받았지만, 거래소는 통상 심사 기간의 두 배 이상을 들였다. 업계는 그만큼 이번 결정이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주주들의 강력한 반발이 미승인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주주들이 반대한 이유는 명확했다. 오스코텍이 ‘쪼개기 상장’을 하면 기업가치가 희석돼 주주 피해가 예상되지만, 사전 동의 없이 상장예심을 기습적으로 청구했기 때문이다. 특히 오스코텍을 창업한 김정근 대표의 아들이 제노스코 지분 1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편법 증여’ 논란까지 불렀다.

김 대표는 지난 3월 주총에서 ‘제2 렉라자’를 개발하려면 막대한 자금 확보가 중요하다며 상장의 필요성을 호소했지만, 주주들의 의구심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하기는 역부족이었다. 밀어붙이기식 상장 시도는 결국 김 대표의 재선임 실패로 이어졌다.

제노스코가 상장을 자진 철회하지 않더라도, 상장예심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희박하다.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기존 결정을 번복한 사례는 거의 없다. 결국 주주들의 바람대로, 자회사 상장 시도는 이쯤에서 일단락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오스코텍 주장대로 모회사-자회사 동시 상장은 대규모 자금 확보를 위한 전략일 수 있다. 이번 상장 불발로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나 신약개발 추진 등 회사의 중단기적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런 전략이 실현되려면, 반드시 주주와 시장을 설득하는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 회사의 성장 전략이 시장에서 인정받으려면, 가장 먼저 설득해야 할 대상은 회사에 투자한 주주이기 때문이다. 주주와의 신뢰 없이 추진된 성장 전략은, 결국 시장에서도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이제 오스코텍과 자회사 제노스코는 다시 출발선에 섰다. 신약 개발 자금을 구하기 위해 유상증자, 전환사채(CB), 전략적 제휴, 기술수출 등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이 역시 주주를 먼저 설득해야 한다. 이 순서를 거스른다면 주주 신뢰도, 시장 진입도 없다.

동시에 성장동력도 입증해야 한다. 오스코텍이 이미 기술 수출한 렉라자를 제외하면, 제노스코의 자체 기술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제노스코는 오스코텍과 공동개발한 신약 후보물질들의 효능을 아직 임상시험에서 입증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