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울 서초구 KT 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KT의 2025년 주주총회에서 한 주주가 김영섭 사장에게 질문하고 있다./김민국 기자

“인공지능(AI) 사업을 잘하려면 기반인 통신도 잘해야 하지 않나. 그런데 구조조정 이후 설비 인원이 줄어, 통신장비에 잔고장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말이 현장에서 들려온다.”

“AI 투자를 이유로 이익을 내고 있는 호텔을 판다고 들었다. 기업 내에서 황금알 낳는 거위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인데, 이 같은 자산을 판다니까 우려가 된다. 결국 경영진이 주가 부양을 통한 김영섭 사장의 연임에만 관심이 있는 게 아닌가.”

31일 서울 서초구 KT 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KT의 2025년 정기주주총회에서는 경영진에 대한 주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최근 KT가 추진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둘러싼 반대 의견이 주총장에서 터져나온 것이다. 주주들의 잇따른 항의로 이날 주주총회는 2시간 동안 이어졌다. KT는 지난해 자회사 ‘KT 넷코어’와 ‘KT P&M’을 세운 뒤 본사 인력 일부를 이동시켰다. 이를 통해 특별희망퇴직을 신청한 2800여명을 포함, 총 4400명의 인력을 감축했다. 직원 수는 1만9000명대에서 1만4000명대로 줄었다.

한 주주는 “KT의 본업인 통신 사업을 잘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를 고도화시켜야 하는데, 일을 도맡을 직원이 모자란 상황”이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 관련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영섭 KT 사장은 “현재 통신 설비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이 5700명인데, 이들의 평균 연령이 55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이들이 대부분”이라며 “신입사원 충원을 통해 직원 연령대를 다양화하고, 대규모 퇴직으로 인한 업무 차질을 막기 위해 구조조정을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자산 매각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현재 KT는 부동산 개발 전문 자회사 KT에스테이트가 보유한 소피텔 앰배서더, 안다즈 서울 강남,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 등 주요 호텔의 매각을 검토 중이다. 이에 한 주주는 “꾸준히 이익을 내고 있는 호텔 자산을 매각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본다”라며 “현재 해외 사업에서 꾸준히 적자가 나고 AI의 수익화 여부도 아직은 불투명한 상태에서, 손실을 메우기 위한 결정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김 사장 이에 대해 “KT는 통신, AI를 본업으로 삼고 이에 집중해야 한다”며 “호텔을 제값을 받고 판 뒤 본업 발전에 힘쓰기 위해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했다.

AI 투자금 규모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주주는 “중국 딥시크는 80억원 안팎의 비용으로, 높은 성능을 구현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며 “최근 KT가 5년 간 AI에 2조40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비용을 절감하면서 AI 성능을 고도화하는 방향으로 다시 검토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에 대해 “데이터센터 등 AI 필수 인프라를 구현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은 비용이 들어간다”며 “향후 AI 분야에서 수익을 내면 다른 분야에도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2028년까지 인공지능 전환(AX) 사업 매출을 지난해 대비 300% 성장시키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주총 안건으로 상정된 제43기 재무제표 승인 건, 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은 모두 통과됐다. 기존 사외이사였던 김용헌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곽우영 전 현대차 차량 IT개발센터장,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이승훈 전 KCGI 글로벌부문 대표가 모두 연임하게 됐다. 이사 보수한도는 전년과 동일한 58억원으로 책정됐다.

KT는 정관 일부를 변경해 분기배당 시 이사회가 분기 말일로부터 45일 이내에 배당액과 배당기준일을 설정할 수 있도록 배당 절차를 변경했다. 4분기 주당 배당금은 500원으로 확정했으며, 다음 달 16일 지급될 예정이다. KT는 지난해 2059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완료한 데 이어, 올해 8월까지 약 2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추가로 매입·소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