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

화웨이, 에릭슨, 노키아, 삼성전자 등 글로벌 통신장비 회사들이 지난해 시장 위축에도 연구개발(R&D) 지출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6G(6세대 이동통신), 인공지능(AI) 등 차세대 기술 선점 차원에서 R&D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 것으로 파악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의 지난해 예상 R&D 비용은 273억달러(약 39조6450억원)로 전년 대비 21.1% 늘어났을 것으로 전망된다. 에릭슨의 지난해 R&D 비용은 535억1400만 스웨덴크로나(약 7조1152억원)로 전년 대비 5.6% 증가했다. 같은 기간 노키아의 R&D 비용은 110억500만유로(약 16조4781억원)로 전년 대비 3.9% 늘었다. 삼성전자는 네트워크 사업부의 R&D 비용을 별도로 집계하지는 않지만, 지난해 DS(반도체)부문을 중심으로 R&D 투자를 늘리며 역대 최대인 35조원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R&D 투자의 산물인 특허 수도 증가했다. 주요 통신장비 시장인 미국에서 화웨이는 지난해 전년 대비 44% 늘어난 3285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특허 수 상위 300개 기업 중 5위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전년 대비 3% 늘어난 9304개의 특허로 1위를 기록했다. 에릭슨은 전년 대비 27% 늘어난 1530개로 22위, 노키아는 38% 증가한 897개의 특허를 보유해 47위를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 규모는 지난해 479억7800만달러(약 69조7072억원), 올해 456억8200만달러(약 66조3713억원), 2026년 430억3800만달러(약 62조5299억원)로 하락세가 예상된다. 미국, 일본 등 주요국들의 5G(5세대 이동통신) 망 설비 구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며 통신장비 수요가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AI의 부상으로 고품질 네트워크가 중요해지고, 주요국들이 6G 구축 준비에 나서면서 통신장비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척 로빈스 시스코 최고경영자(CEO)는 “기업들은 AI를 위한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를 대비하기 위한 기업들의 투자가 진행 중이고 지난 몇 분기 동안 패턴이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6G 시장 규모는 지난해 51억달러(약 7조4092억원)에서 오는 2030년 402억달러(약 58조4025억원)로 연평균 34.2% 성장할 전망이다.

지난해 통신장비사들은 신기술 확보에 주력했다. 화웨이는 지난해 2월 5G와 6G의 중간 단계인 5.5G 통신망 상용화 계획을 발표했다. 5.5G는 5G 대비 10배 빠른 속도를 제공하고, 이는 6G 전환을 위한 기술로 평가된다. 지난해 11월 에릭슨은 광 케이블 기업인 누비스(Nubis)와 협력해 고용량 데이터 전송 시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는 6G 기술을 개발했다. 노키아는 유럽의 6G 기술 개발을 주도하는 프로젝트인 SNS JU의 참여사로 선정돼 관련 솔루션 개발을 이끌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SK텔레콤, NTT 도코모, 노키아와 협력해 6G 인공지능 기반 기지국 무선 송수신 기술 개발과 개념 검증에 성공했다.

송영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박사는 “AI 기반 네트워크로의 변화와 6G 등 차세대 신기술 확보 및 대응을 위해 통신장비사들이 전략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