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 기업들이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에 고가의 유료 구독 모델을 적용한 것을 넘어, 새로운 수익원으로 AI 검색 모델에 광고를 붙이고 있다. 천문학적인 개발·운영비를 충당하려면 고가의 구독 서비스 출시 외에도 추가 수익모델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일(현지시각) “오픈AI가 새로운 수익원을 찾으면서 매출 증대를 위해 인공지능 제품에 광고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오픈AI는 지난 5월 구글 검색 광고 사업을 이끌었던 시바쿠마르 벤카타라만 부사장을 영입한 데에 이어 현재 링크드인 등을 통해 메타, 구글 출신의 광고 분야 인재를 채용 중이다.
FT는 “광고는 구글이나 메타와 같은 대형 기술 기업이 온라인상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매우 성공적인 경로였다”면서 “오픈AI 경영진 역시 현재 플랫폼 상에서 어떤 광고 형태가 가장 적합할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샘 올트먼은 (광고 접목) 아이디어에 대해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오픈AI 내부에서는 광고 서비스 접목 관련 여러 의견이 공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라 프라이어 오픈AI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와 관련해 FT 인터뷰에서 “광고 모델은 경제 사이클 변동에 민감하다는 단점이 있으며, 회사의 초점이 사용자를 만족시키는 것에서 광고주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현재로서는 우리가 하는 방식에서 광고를 배제하지 않고 있으며 (바로 딸 수 있는) 수많은 과실이 매달려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픈AI는 주로 한 달에 20달러(약 2만8000원)를 내면 ‘GPT-4o’ 등 최신 모델을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를 주요 수익모델로 삼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고가의 사용료를 지불할 타깃층을 공략하고 있다.
오픈AI는 월 200달러(약 28만원) 수준의 구독료를 내는 ‘챗GPT 프로’ 모델을 6일 공개했다. 챗GPT 프로에 포함된 ‘o1 모델’은 추론에 특화된 모델로, 수학 경시대회, 코딩, 박사 수준 과학 문제 등에서 기존 모델을 뛰어넘었다. 회사는 “o1 프로 모드는 수학, 과학, 코딩 전반의 까다로운 머신러닝 벤치마크에서 더 나은 성능을 보였다”며 “수학, 프로그래밍, 작문과 같은 작업에서 이미 모델의 능력 한계를 뛰어넘고 있는 챗GPT의 파워 유저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정보 출처를 강조하는 생성형 AI 서비스를 내세워 챗GPT의 대항마로 급부상한 퍼플렉시티도 AI 검색 결과에 광고를 붙이고 있다. 사용자가 검색을 하면, 연관 질문이 이어지는데 질문 중 일부에 ‘협찬받은(Sponsored)’이라고 표시된 광고를 게재하는 방식이다.
6일 퍼플렉시티 공식 블로그에 따르면 나이키를 비롯해 인디드, 홀푸드마켓, 유니버설 맥켄, PMG 등의 브랜드가 이 광고 서비스에 참여하고 있다. 퍼플렉시티 측은 “스폰서 질문에 대한 답변은 이 질문을 후원하는 브랜드가 작성하거나 편집하지 않고 퍼플렉시티의 AI가 작성한다”면서 “사용자의 개인 정보는 광고주와 절대로 공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퍼플렉시티의 현재 주된 수익원은 월 20달러 또는 연간 200달러로 판매하는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인 ‘퍼플렉시티 프로’가 유일하다. 광고를 도입하는 이유에 대해 회사 측은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구독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수익 공유 프로그램을 만들기에 충분한 수익을 창출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광고는 안정적이고 확장 가능한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구글의 경우 AI 검색인 ‘AI 오버뷰’에 퍼플렉시티와 유사한 형태의 광고를 시범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AI 오버뷰 하단에 ‘광고’ 표시와 함께 상품이 노출되는 방식이다. 가령 이용자가 ‘드레스 얼룩 지우는 법 알려줘’라고 검색하면 얼룩 지우는 방법을 AI가 요약한 검색 결과 아래, 관련 세제 제품이 추천된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 시범 운영 후 전 세계로 확대할 계획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AI 에이전트 ‘코파일럿’에 새로운 광고 방식을 적용했다. 대화형 AI의 맥락에서 등장한 정보와 관련된 광고를 대화 내용 하단에 표시한다.
한편, 네이버는 생성 AI 검색 서비스 ‘큐:’를 출시했지만 아직 광고 도입 계획이 없다. 수익화보다 사용성 개선이 필요한 단계라는 판단에서다. 네이버 측은 “지금은 서비스 안정화와 품질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