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내년 출시 예정인 스마트폰 갤럭시A73에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가 만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채용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전자는 인도 시장용 저가 스마트폰 갤럭시M에 중국산 OLED 패널을 탑재하려고 했지만 제품 출시 자체가 취소되면서 무산된 바 있다.
21일 디스플레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갤럭시A73에 사용할 OLED 패널의 견적요청서(RFQ·Request For Quotation)를 최근 중국 BOE와 CSOT, 삼성디스플레이에 각각 전송했다.
삼성전자는 패널 업체들이 개발한 OLED 패널의 기술 평가를 거쳐 납품 가격과 물량 등을 협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BOE와 CSOT가 삼성전자의 기술 테스트를 통과할 경우 올해 하반기부터 OLED 패널 납품이 시작될 수 있다”라며 “A73은 기존 갤럭시A 시리즈와 같이 내년 3월 글로벌 출시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했다.
갤럭시A7 시리즈는 삼성전자의 중상급 스마트폰 가운데서도 상위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폴더블, 노트, S 시리즈를 플래그십(최상위) 스마트폰으로 놓고 바로 아래 등급으로 A 시리즈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A7 시리즈는 제품군 가장 상위 모델로, 중국 업체들이 A7에 OLED 패널을 납품할 경우 사실상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공급할 정도의 기술력을 삼성전자로부터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BOE에 갤럭시S21용 OLED 패널 견적요청서도 보냈지만, 기술 수준이 낮아 최종 납품 계약은 맺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CSOT의 경우 인도 시장용 저가 스마트폰 갤럭시M41용 OLED에 성공했지만, 제품 출시 자체가 취소되면서 삼성 스마트폰의 중국산 OLED 패널 탑재는 결국 불발됐다.
중국 업체들이 삼성전자의 기준을 통과할 경우 갤럭시A73은 중국산 OLED 패널이 적용된 첫 번째 삼성 스마트폰이 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A5와 A7 시리즈를 국내에 출시하지 않고, 해외 시장용으로 판매하고 있다”라며 “중국산 OLED가 탑재된 A73 역시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만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패널 가격을 낮춰 A 시리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중국산 OLED 패널을 탑재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이 유럽과 인도, 아시아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가운데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생산 단가를 낮춰 가격 경쟁력을 높여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대 협력사인 삼성디스플레이를 견제하는 동시에 공급사를 다변화해 생산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평가도 있다. 애플이 아이폰용 디스플레이 전량을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와의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중국 BOE와 협력하는 것과 같은 이유다.
한편 삼성전자가 실제 중국산 OLED를 사용할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업체에 견적요청서를 보낸 건 삼성디스플레이와의 가격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일 뿐 삼성전자가 당장의 이익을 위해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을 키워주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작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