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의 발돋움을 꾀하자 카카오(035720)가 견제에 나섰다. 양사는 해외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서 북미 웹툰·웹소설 플랫폼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을 시작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최근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의 인수를 완료했고,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의 인수 절차도 이달 내 마무리한다고 11일 밝혔다. 인수 금액은 각각 5억1000만달러(약 5700억원), 4억4000만달러(약 5000억원)다.
타파스와 래디쉬 모두 높은 매출 성장률을 가졌다고 평가받는다. 2012년에 만들어진 북미 최초의 웹툰 플랫폼 타파스는 지난해 연 매출이 전년(2019년) 대비 5배 성장했다. 카카오엔터는 북미 웹툰 시장 진출을 위해 지난해 11월 타파스를 해외 관계사로 편입, ‘사내맞선’, ‘승리호’, ‘경이로운 소문’, ‘나빌레라’ 등 카카오엔터의 오리지널 콘텐츠 지식재산권(IP)을 타파스에 공급했다.
래디쉬는 2016년 만들어진 모바일 특화형 영문 웹소설 플랫폼으로, ‘웹소설계의 넷플릭스’로 불린다. 2019년부터 미국 할리우드식 ‘집단 창작 시스템’을 도입해 1만개 이상의 오리지널 콘텐츠 IP를 확보했다. 지난해 연 매출은 전년 대비 10배 이상 성장했으며, 이 중 오리지널 IP 매출이 90%를 차지한다. 월 이용자는 지난해 기준 약 100만명이다.
카카오엔터는 이번 인수를 통해 영미권 콘텐츠 시장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 웹툰과 웹소설은 전 세계 50조원 시장 규모의 영화를 비롯해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영상 콘텐츠로 가공하기 위한 원천 콘텐츠로 활용되는 만큼, 카카오엔터는 국내에서와 마찬가지로 북미에서도 타파스·래디쉬 IP의 영상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카카오엔터는 총 1조5000억원을 투자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8500개의 오리지널 IP를 확보한 상태다.
카카오의 이런 움직임은 앞서 네이버가 북미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약 6억달러(약 6700억원)에 인수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네이버에 따르면 왓패드는 사용자 9400만명, 창작자 500만명, 창작물 10억개를 자랑하는 세계 최대의 웹소설 플랫폼이다.
카카오의 타파스·래디쉬 인수 소식이 나온 이날 네이버도 “왓패드의 인수 절차를 이달 초 마무리했다”며 “웹툰, 웹소설 1위 플랫폼을 합친 스토리텔링 플랫폼으로 새로운 콘텐츠 생태계를 이끌어가겠다”고 밝혔다. 사용자 7200만명의 세계 최대 웹툰 플랫폼 네이버웹툰을 가졌지만 웹소설 시장에선 카카오에 밀리던 네이버가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동원함으로써, 북미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겠다는 것이다.
네이버도 인수 직후부터 웹툰·웹소설의 영상화 작업에 돌입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올해 왓패드 90개, 네이버웹툰 70개, 총 167개의 IP를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등 영상물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라며 “구체적으로 밝힌 순 없지만 이 중 일부는 연내 제작이 완료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