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미국 스페이스X의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 ‘스타링크’의 영향력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위성통신망 구축에 나섰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이는 최근 미국이 스타링크의 우크라이나 통신 서비스 차단을 시사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26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발표한 국방백서에서 “EU 기반 사업자들의 서비스를 활용해 우크라이나군의 통신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스타링크로부터 통신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는데, 공격용 드론 운용을 스타링크 위성망에 의존하고 있어 사실상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의(CEO) 손에 ‘디지털 생명줄’이 쥐어진 셈이다. 머스크는 “내가 스타링크를 끄면 우크라이나 전선 전체가 붕괴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스타링크는 저궤도 위성통신 분야 선두주자로, 저궤도에 수천 기의 소형 위성을 배치해 기존 지상 기반 통신망으로는 인터넷 연결이 어려운 재난 지역과 전쟁 현장에도 초고속 네트워크를 제공한다.
이에 따라 스페인의 히스파샛(Hispasat)을 비롯해 유텔샛(Eutelsat), SES 등 유럽 주요 위성통신 업체들은 우크라이나에 제공 가능한 서비스 목록을 EU 집행위에 제출한 상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스타링크를 대체할 단일 유럽 네트워크는 없다고 지적한다. EU는 다양한 궤도의 위성망을 통합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지만, 네트워크별로 성능이 다르고 단말기도 달라, 스타링크의 저궤도 단일 네트워크 대비 성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FT에 따르면, 스타링크는 5년 만에 약 7000개의 위성을 저궤도에 쏘아올려 세계 최대의 위성 네트워크를 구축한 상태다. 또 2000달러(약 290만원)에 달하는 단말기를 500~600달러(약 73만~88만원)에 판매해 세계 각국에 보급률을 높였다. 그 결과 2020년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후 최근까지 총 450만 가입자를 확보했다. 항공사, 해운사, 정부 등이 주요 고객이다.
유럽 기업들은 이에 대응하고자 인수합병(M&A)과 네트워크 확장 등을 꾀했지만, 이런 노력은 재정난으로 이어졌다. 유텔샛과 SES는 각각 원웹(OneWeb)과 인텔샛(Intelsat)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부채를 떠안았다.
이렇다 할 성과도 아직 내지 못했다. 특히 유텔샛이 인수한 원웹은 지상국 구축이 지연되면서 수익성이 저하되고 있으며, 원웹의 단말기는 가격이 비싸고 부피가 크며 설정이 복잡해 스타링크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양사는 장기적으로 유럽이 스타링크에 대항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델 알 살레 SES CEO는 FT에 “하루 만에 스타링크를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다중궤도 전략이 해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