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귀환으로 멜라니아 트럼프를 향한 관심도 뜨겁다. 트럼프 1기 때 ‘은둔의 영부인’으로 불렸던 멜라니아 여사가 이번에는 더 적극적으로 활동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주요 일정에서 자주 모습을 감춰 그녀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오른쪽)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지난 22일(현지 시각)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전미주지사협회 저녁 만찬에 모습을 드러냈다. /AFP

멜라니아 여사는 22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전미주지사협회 저녁 만찬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한 달 동안 워싱턴을 떠나 있던 그녀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첫 행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행사에서 “아내가 행사를 준비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언급했지만, 멜라니아 여사는 특별한 발언을 하지 않았다.

멜라니아 여사는 남편이 재임 후 처음으로 맞이한 주요 외교 행사에도 불참했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도 퍼스트레이디는 공식 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또한, 여성 스포츠 행사, 마크 포겔의 귀환 환영식, ‘레이큰 라일리 법’ 서명식 등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퍼스트레이디는 전통적으로 백악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각국 정상 방문 시 환영 행사에 동참하고, 대통령의 주요 정책 발표 및 입법 서명식에도 자주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멜라니아 여사는 올해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이후 거의 모든 일정에서 모습을 감추고 있으며, 주로 뉴욕과 플로리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CNN 보도에 따르면 멜라니아 여사는 1월 24일 자연재해 피해를 입은 노스캐롤라이나와 캘리포니아 방문한 뒤 워싱턴으로 복귀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멜라니아 여사가 아들 배런 트럼프의 대학이 있는 뉴욕과 휴식처가 있는 플로리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유가 가족을 우선시하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녀는 과거 인터뷰에서 “내 첫 번째 우선순위는 어머니의 역할”이라며 “필요할 때 뉴욕과 팜비치를 오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백악관 대변인은 그녀의 행보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멜라니아 여사의 이런 행보는 트럼프 1기 때와 비슷하다. 대중을 크게 개의치 않는 듯한 행동과 공식 석상에 나타나길 꺼렸던 은둔형 이미지로 멜라니아는 자주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은 멜라니아 여사의 역할을 규정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멜라니아 여사는 지난 1월 27일 백악관에서 촬영한 공식 초상화를 공개했었는데, 당시 정계에서는 이번엔 적극적인 외부 행보를 예고하는 메시지가 사진에서 드러난다는 해석이 나왔었다. 사진에서 멜라니아 여사는 흰 셔츠에 짙은 색 비즈니스 정장을 입고 책상에 양손을 짚은 상태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영국 BBC방송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멜라니아 여사가 자신의 힘을 더 많이 드러내려는 의도가 묻어난다고 분석했다. 그웬덜린 뒤부아 쇼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미술사 교수는 “멜라니아 여사는 처음 백악관에 머물 때만 해도 다소 주저했던 권력을 더 많이 행사할 준비가 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멜라니아 여사의 행보가 전통적인 영부인 역할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퍼스트레이디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기보다는, 남편과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멜라니아 트럼프는 앞으로도 백악관 공식 일정에서 자주 모습을 감출 가능성이 크다. 다만, 그녀의 조용한 행보가 퍼스트레이디의 역할을 완전히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일시적인 변화에 그칠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