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을 선출하는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스윙 스테이트(경합주)의 표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통적으로 각 당의 지지세가 뚜렷한 주들을 제외한 경합 주에서 대선 승패가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합주에 집중해 선거 유세를 펼치고 있다. 이들이 경합 주에 이토록 민감한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은 주별로 선거인단을 먼저 선출한 뒤 그 선거인단이 민의(民意)를 대표해 대통령을 뽑는 간접선거 방식을 쓰고 있다. 메인주와 네브래스카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에서 ‘승자독식’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해당 주에서 더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그 주의 모든 선거인단 표를 가져간다. 총 538명의 선거인단 가운데 ‘매직 넘버(과반)’인 270명 이상의 선거인단을 확보하는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게 된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전체 득표에서 앞서고도 대선에서 최종 패배한 후보들이 있다.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전체 득표수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더 많은 표를 얻었지만, 선거인단 수에서 밀려 패배했다.
스윙 스테이트는 정치적 성향이 뚜렷하지 않아 표심이 고정되지 않은 주를 뜻한다. 선거 때마다 그네(swing)처럼 표심이 민주·공화 양당을 오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270명의 선거인단 표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스윙 스테이트에서의 승리가 필수적이다. 게다가 스윙 스테이트의 결과는 뚜껑을 열기 전까지는 모르는 경우가 많고, 근소한 차이로 승부가 판가름 나는 경향이 있어 후보들은 스윙 스테이트에 시간과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다. 2016년 대선 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시간·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에서 근소한 차이로 이기며 매직 넘버를 확보해 당선된 바 있다. 이후 2020년 대선 때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시간·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의 표를 민주당으로 가져오며 대선에서 승리했었다.
대선 때마다 스윙 스테이트의 목록이 고정된 것은 아니다. 블룸버그는 “미국이 정치적으로 양극화되면서 스윙 스테이트의 수는 줄어드는 추세”라며 “과거에는 지금보다 두 배나 많은 스윙 스테이트가 있었다”라고 전했다. 1964년부터 2016년까지 대선 승자에게 투표했던 오하이오주는 한때 가장 중요한 스윙 스테이트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공화당 지지 성향이 짙어지면서 더 이상 경합주로 분류되지 않는다. 반면, 조지아와 애리조나는 전통적으로 공화당 강세 지역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들어 민주당 지지자들의 비율이 늘어나며 주요 경합주로 꼽히고 있다. 올해는 펜실베이니아, 애리조나, 조지아, 미시간,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위스콘신 등 7개 주가 스윙 스테이트다.
스윙 스테이트는 경제적·문화적으로 다양하며 미국 전체의 축소판으로 여겨지는 공통점이 있다. 블룸버그는 이번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스윙 스테이트인 펜실베이니아가 특히 미국의 모습과 닮아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 인구의 10.5%는 흑인인데, 이는 미국 전체 인구에서 흑인이 차지하는 비율(12.3%)보다 약간 낮다. 또한 펜실베이니아의 1인당 소득은 4만1234달러로, 전국의 4만1261달러와 매우 비슷하다. 선거인단 19명이 걸려있는 펜실베이니아는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꼭 필요한 주로 평가된다. 2016년 대선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4만4000표 차이로 승리하며 대통령에 당선됐고, 2020년 대선 때는 바이든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 표를 탈환하며 대선 승리를 확정지었다.
스윙 스테이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은 박빙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이 지난 16~20일 7개 경합주 등록 유권자 53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오차범위 ±1%포인트)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49.1%의 지지를 받아 트럼프 전 대통령(48.5%)을 근소하게 앞섰다. 워싱턴포스트(WP)가 샤르스쿨과 7개 경합 주 유권자 50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다는 응답과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답변이 47%로 동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