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하는 제77차 유엔(UN)총회는 ‘외교 월드컵’ 또는 ‘외교 슈퍼볼(세계 최대의 스포츠 이벤트인 미국 프로 미식축구리그 결승전)’로 불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외교무대다.
유엔총회는 유엔에 가입한 193개 국가가 모두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하며, 바티칸과 팔레스타인의 경우 투표권은 없으나 발언권은 있는 ‘옵저버(observer)’ 자격으로 참석한다.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지난 13일 개막한 이번 유엔총회는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019년 이후 3년 만에야 대면(對面)으로 열리게 된다. 특히나 미·중 갈등 격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북한 핵 개발 등 외교·안보 현안들이 산적해 있어 국제정세의 흐름이 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대토론의 장’ 일반토의, 막전막후 양자·다자회담으로 치열한 외교전 예상
유엔총회의 하이라이트는 오는 20~26일(현지 시각) 열리는 ‘일반토의’(General Debate)다. 일반토의는 각국 정상이나 외교장관 등 최고위급 인사들이 각국의 대표로 참석해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를 기조연설을 통해 표명한다.
일반토의에서는 관례에 따라 브라질 대표가 첫 연사로 나선다. 제10차 유엔총회 당시 어느 나라도 첫 번째 발언을 원하지 않던 상황에서 브라질이 자원한 것이 이후 관행이 됐다. 브라질 다음으로는 유엔본부 소재국인 미국이 나선다. 이후 국가원수(대통령 또는 국왕), 정부 수반(총리), 부통령·부총리·왕세자, 외교장관 등의 순으로 연설 순서가 배정된다.
유엔 데뷔무대를 치르는 윤 대통령은 일반토의 첫날인 20일 오전 9시부터 시작되는 첫 세션에서 전체회원국 중 10번째로 기조연설을 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같은 날 오후 3시부터 시작되는 세션에서 15번째 기조연설이 예정돼 있다.
일반토의 외에도 각국 대표들은 자국의 입장을 밝히고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음으로 양으로 양자·다자 회담을 이어간다. 윤 대통령의 경우 21일 한미·한일 정상회담을 열 것으로 예상된다. 한일 정상회담의 경우 일본 측에서 회담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어, 정식 회담 형식이 아닌 ‘풀어사이드’(Pull-aside·약식회담) 가능성도 있다.
유엔총회 고위급 주간에는 또 ‘혁신적 교육 정상화’ 정상회의, 지속가능발전목표 고위급 회의(SDG 모멘트) 등의 공식 부대행사도 함께 진행된다.
◇ 최대 화두는 우크라戰으로 촉발된 ‘신냉전’… 북핵 문제도 논의될 듯
이번 유엔총회의 최대 화두는 단연코 우크라이나 사태다.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두 나라는 러시아가 짧은 시간 내 승리하리라는 예상을 뒤엎고 7개월간 일진일퇴의 난전을 펼치고 있다. 이로 인해 인명 피해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서방과 경제 제재와 러시아의 곡물·에너지 금수 맞대응이 이어지며 세계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또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대만과 반도체 산업을 두고 격화하면서 러시아·중국 등의 반미(反美)연대로 신냉전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이번 유엔총회에서는 이 같은 흐름을 고려해 각국 정상들이 평화를 주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번 유엔총회에 불참한다.
이 밖에도 기후변화, 코로나19 팬데믹, 인도주의 위기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되며, 북한 인권 문제도 유엔총회 예비의제 목록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