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플레이션이 연말까지 현재와 같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3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전날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경제·금융 포럼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세계 최대 헤지펀드 중 하나인 시타델의 케네스 그리핀 최고경영자(CEO)는 “인플레이션이 현 8.5% 수준을 유지하거나 상회하면 중앙은행(연준)은 제동을 강력하게 걸어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리핀 CEO는 “현재 고용시장에는 직장을 구하는 실업자보다 두 배나 많은 일자리가 있다”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의 원인으로 임금 상승 압력을 꼽았다. 그는 다만 “인플레이션이 만약 연말까지 4%로 내려간다면 이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정책적 자유를 훨씬 더 많이 줄 것”이라고 통화 긴축 완화를 전망하기도 했다.
콘퍼런스에서 자산운용사 PGIM의 데이비드 헌트 CEO는 최근 채권시장의 장·단기 채권 수익률 역전 현상을 언급하면서 미국 경제가 내년까지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고,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 제재로 유럽도 경기 침체를 겪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번 컨퍼런스에선 가상화폐에 대한 토론도 이어졌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CEO는 “10년 이내에 10억 명이 가상화폐를 실제로 사용하거나 그렇게 하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10∼20년 내 국내총생산(GDP)의 상당 부분이 가상화폐 경제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1989년 하버드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리핀은 이후 헤지펀드 회사에 취직, 1년여간 잠시 펀드를 운용했다. 이때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탁월한 수익을 거두면서 뭉칫돈을 든 투자자들이 그리핀 CEO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돈을 싸들고 그를 찾아온 투자자들이 맡긴 종잣돈 420만달러를 가지고 1990년 11월 시카고에 헤지펀드 시타델을 설립했다.
그리핀은 전 세계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헤지펀드 매니저 세 사람 중 한 명이다. 거의 매년 브리지워터의 레이 달리오, 그리고 르네상스테크놀로지의 제임스 사이먼스와 순위 다툼을 벌인다. 2018년에 14억 달러, 2019년엔 8억7000만 달러라는 천문학적 수입을 기록했다.
수입의 대부분은 헤지펀드 시타델의 뛰어난 투자 성과 덕이다. 헤지펀드 매니저는 자신의 펀드에 개인적으로도 상당한 자금을 투자하기 때문에 펀드의 운용 성과가 개인적 부와 직결되는 것이다.
그리핀은 막대한 수입 못지않게 통 큰 씀씀이로도 유명하다. 특히 초고가 부동산과 예술작품 거래로 언론에 종종 이름을 올린다. 그런 그가 2019년에 제대로 지갑을 열었다. 역대 최고가 주택을 사들이면서다. 뉴욕 맨해튼에 있는 펜트하우스를 2억3800만 달러에 매수하며 기존 최고 주택거래가를 1억 달러 이상 차이로 따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