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이 50여 년만에 최대 규모의 인플레이션, 더 나아가 스태크플레이션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전쟁이 식량·에너지 대란을 야기해 물가 상승 압력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BBC 방송과 가디언 등은 세계은행이 26일(현지 시각) 발표한 상품 시장 전망 보고서를 인용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급등한 식량·에너지 가격이 향후 3년간 상당 부분 유지되면서 세계 경제가 1970년대 경험했던 스태그플레이션에 다시 직면할 위험이 있다고 보도했다.
보고서 공동저자인 세계은행의 피터 네이글 이코노미스트는 “가격 상승이 경제적·인도적으로 큰 영향을 미쳐 전 세계 가계가 생활비 위기를 느끼고 있다”면서 “소득 대부분을 식량과 에너지에 지출하는 가난한 가정들이 특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세계은행은 물가상승 폭이 가장 클 항목으로 유럽의 천연가스를 꼽았다. 천연가스는 이미 지난 2020년 4월 대비 가격이 두 배 이상 치솟았다. 천연가스 가격은 내년과 오는 2024년 하락하겠지만, 그래도 지난해보다는 15% 이상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유가도 오는 2024년까지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 정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당장 경제 제재로 공급망에서 이탈하고 있는 러시아는 세계 3위의 원유 생산국으로 전체 원유생산량의 11%를 공급해왔다. 특히 유럽은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의 40%, 석유의 27%를 수입하고 있다.
식량 역시 뇌관이다. 유엔 식량가격지수는 60년 전 가격지수가 도입된 이래 이미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데, 세계은행은 앞으로도 식량가격이 높은 수준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봤다.
세계적인 곡창 지대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곡물 수출이 전쟁으로 급감하면서 달러 기준 가격이 ▲밀 42.7% ▲보리 33.3% ▲콩 20% ▲식용유 29.8% ▲닭 41.8%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비료와 금속, 광물 등 다른 원자재의 가격도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인더미트 질 세계은행 부총재는 “이런 전반적인 상황은 1970년대 이후 우리가 겪은 최대 상품 쇼크에 해당하며, 이 충격은 식량·연료·비료 등의 무역에 대한 제한이 급증하면서 더욱 가중된다”면서 “이런 상황으로 인해 스태그플레이션의 망령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책입안자들은 국내 경제 성장을 위해 모든 기회를 이용하고 세계 경제에 해가 될 수 있는 조치는 피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