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러시아에 대한 초강도 경제제재에 돌입하면서 러시아의 외환보유고 절반 이상이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러시아의 대형 국영 은행이 곧 붕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7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N 등에 따르면 조셉 보렐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이자 외교안보 분야 담당자는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함께 가진 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나흘째인 27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향토방위군 대원들이 제2의 도시 하리코프에서 시가전이 벌어진 후 파괴된 러시아군 보병의 기동차량 GAZ 티그르를 살펴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날 회견에서 “러시아의 주요 은행들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제도에서 제외될 것”이라며 러시아 중앙은행의 거래를 금지하고 이 은행의 자산을 동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조치에 따라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날 러시아 대형 국영 은행 스베르방크 계열사 스베르방크 유럽이 조만간 파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ECB는 “(스베르방크 계열의) 각 은행들이 만기일에 맞춰 채무나 기타 부채를 갚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SWIFT는 달러화로 국제 금융 거래를 할 때 필요한 결제 시스템을 운영하는 비영리조직이다. 벨기에에 본부가 있고 200여개국 1만1500여개 금융기관이 가입돼 있다. 지난해 하루 평균 4200만 건의 거래가 SWIFT를 통해 이뤄졌으며 연간 1조 달러가 넘는 돈이 오가는 규모다.

개인이 해외로 돈을 보낼 때도 SWIFT 코드가 적용되기 때문에 이 결제망에서 퇴출당하면 사실상 금융 거래가 전면 불가해진다. 특히 러시아는 미국 다음으로 SWIFT 결제 건수가 많은 나라로 알려져 제재로 인한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SWIFT망에서의 러시아를 퇴출하는 것이 국제사회에서 대응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제재라고 보고 있다. 국내 금융업계 관계자는 “역사상 주요 20개국(G20) 국가 중앙은행이 SWIFT 제재를 당한 적은 없다”며 “달러 등 주요 통화에 대한 루블의 교환 기능이 제약받아 러시아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SWIFT 제재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러시아 역시 이같은 금융제재에 대비해 그동안 정부 부채를 지속해서 축소해왔고, 준비금 역시 서방 통화 대신 금과 중국 위안화 비중을 늘리는 등 대외의존도를 줄여오기도 했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 등은 “중국은 (러시아에 대한 금융지원을 통해) 서방 세계의 경제적 타격을 완화시킬 준비가 되어 있다”며 “러시아에 대한 중국 베이징 은행의 금융지원은 러시아와 서방세계의 갈등에 있어서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