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 이하 어린이 전용 인스타그램을 출시하겠다는 페이스북의 계획에 미국의 주 정부들이 단체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어린이용 인스타그램을 통해 아이들을 온라인 유해환경에서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2017년 출시한 '메신저 키즈'의 광고 이미지. /페이스북 캡처

11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뉴욕, 캘리포니아, 텍사스 등 44개 주 검사와 법무장관들은 페이스북에 어린이용 인스타그램 출시 계획을 멈춰달라는 공동 서한을 보냈다. 소셜미디어가 신체적, 정신적 감정적인 면에서 아동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서한에서 “소셜미디어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을 해결하기에 미숙한 아이들의 건강과 정서에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며 “아동이 외모나 사회적 지위에 집착하도록 만드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20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약 2000만 건의 아동 성 착취 이미지가 신고됐다”며 (소셜미디어 외에) “아이들이 가족과 친구들과 연결될 수 있는 안전한 방법이 훨씬 많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또 “페이스북은 개인정보를 엄격히 보호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어린이의 안전과 사생활을 보호하는데 실패한 전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6~12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페이스북 메신저 키즈 앱이 부모의 승인을 받지 못한 낯선 사람과 연락을 취할 수 있게 한 적이 있다는 것.

2017년 출시한 페이스북의 ‘메신저 키즈’는 아동이 부모가 승인한 대화 상대하고만 연락할 수 있도록 만든 어린이 전용 서비스로, 출시 당시에도 현재와 비슷한 전문가들의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해당 서비스가 오히려 아동·청소년에게 안전망을 제공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동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해 그간 제기돼온 문제들을 오히려 해결하겠단 것이다.

앤디 스톤 페이스북 대변인은 “모든 부모들이 알고 있듯 아이들은 이미 온라인에 접속한 상태”라면서 “부모들에게 아이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해 상황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담 모세리 인스타그램 총괄도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아이들을 위한 별도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더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결과가 될 것”이라며 “어린이용 인스타그램에서는 광고 없이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소셜미디어가 아동 정신 건강에 유해하다는 비판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지난 3월 거대 IT기업을 일컫는 ‘빅테크(Big Tech)’의 수장들을 대상으로 한 미 하원 청문회 당시 의원들은 13세 이하 인스타그램 서비스 개발 소식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에 지난 4월 민주당 의원들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에게 서비스 계획에 대한 비판을 담은 서한을 보냈고, 전 세계 시민단체 35곳 등도 공동서한을 보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