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부터 선박이 내뿜는 온실가스 1톤(t)당 100달러가 넘는 탄소세가 매겨진다. 이 돈은 국제해사기구(IMO·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가 운용하는 탄소 기금에 적립돼 청정연료 개발과 친환경 선박 투자, 개발도상국 지원 등에 쓰일 예정이다. 세금이 부과되면 해운 업계 부담은 커지게 된다. 반면 조선업계는 노후 선박 교체 수요가 늘어날 것을 기대한다.

14일 IMO는 지난 7일(현지 시각)부터 11일까지 영국 런던에서 제83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Maritime Environment Protection Committee)를 열고, 선박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중기 조치를 최종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오는 10월 IMO에서 채택된 후 2027년 3월부터 시행된다.

친환경 공공선박인 수산과학조사선./해양수산부 제공

해운 산업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3% 정도를 차지한다. IMO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전 세계 선박에 탄소세를 매기기로 했다. 앞으로 2년 동안 5000t 이상의 선박은 선박 연료유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이후 온실가스 집약도(GFI·Greenhouse Gas Fuel Intensity), 즉 수송 화물량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하고 얼마나 줄였는지 평가할 예정이다.

IMO에서 제시한 GFI를 지키지 못한 선박은 온실가스 1t당 100∼380달러(약 14만~54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노후 선박일수록 내야 하는 세금이 많아진다. 연료 기준을 초과 달성한 선박은 ‘대체 준수 유닛’이라는 일종의 크레딧을 받아 기준을 달성하지 못한 선박과 거래해 이익을 남길 수도 있다

이번 조치로 친환경 선박으로 바꾸려는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선박 건조에 2~3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선주 입장에선 미리 선박을 주문하는 게 유리하다. 한승한 SK증권(001510) 연구원은 “현재 전 세계 조선소의 수주 잔고는 3년 8개월 정도다. 당장 신조를 발주하더라도 최소 3년 후에나 선박을 인도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탄소세를 부담해야 하는 해운업계는 선종 다양화, 친환경 연료 전환 등 대비책 마련에 분주한 모양새다. 또 탄소세를 운임에 얼마나 전가하느냐를 두고 화주와 갈등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탄소세와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도입되면 국내 해운기업은 연간 1조700억~4조 8916억원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번 합의를 앞두고 미국이 회의에서 빠졌지만, 탄소세는 예정대로 발표됐다. 기후변화 대응에 회의적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선박에 불공정한 비용이 부과되면 다른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황이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전 세계 해운 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다자간 협약기구에서 의결한 협약은 회원국 간에도 이견이 있지만, 각 나라가 스스로 강제성을 부여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