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한화에어로)가 유상증자로 3조6000억원을 조달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조달한 자금은 상당 부분은 해외 기업 인수·합병(M&A) 등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화에어로는 작년 말 1조3750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있었으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가진 한화에너지가 가진 한화오션(042660) 지분을 사느라 1조3000억원을 써 현금이 다 떨어진 상태다.
한화에어로는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을 해외방산 1조6000억원, 국내방산 9000억원, 해외조선 8000억원, 무인기용 엔진 3000억원 등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기업설명회에서 ‘해외조선’으로 배정한 8000억원을 호주 조선·방위산업 기업 오스탈(Austal)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한화그룹은 김동관 부회장 주도로 오스탈 인수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 17일엔 한화시스템(272210)과 한화에어로가 호주 현지 자회사 ‘HAA No.1 PTY LTD’에 각각 2027억원, 642억원을 투입했다고 공시했다. 호주 자회사는 이 자금으로 오스탈 지분 9.9%를 장외에서 매입했다. 인수 가격은 총 1억8340만 호주달러(약 1655억원)였다.
이어 호주 현지 증권사를 통해 추가로 9.9% 지분에 대해 총수익스와프(TRS·Total Return Swap·주식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주식에 연동된 수익 손실만 수취하는 금융 계약)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한화는 오스탈 투자와 관련해 호주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FIRB)로부터 심사를 받고 있다. 기관 승인을 받으면 한화는 TRS 계약으로 맺은 지분 9.9%를 실제 소유하는 형식으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이 경우 한화의 오스탈 지분은 최대 19.8%로 늘어나 타타랑 벤처스(17.09%)를 제치고 오스탈의 최대주주가 된다. 한화는 오스탈 이사회에 한 자리를 얻어 김동관 부회장이 진출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현재 오스탈 이사회는 한화와 각을 세우고 있어 이사회 진출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특히 패디 그렉 오스탈 최고경영자(CEO)가 한화의 이사회 합류를 강하게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탈은 지난 12일 2억 호주달러(약 184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마무리했는데, 최대주주인 타타랑 벤처스가 보유 지분만큼 증자에 참여해 경영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해당 유증에 한화는 참여하지 못했다.
앞서 한화는 오스탈 인수를 시도했다가 이사회가 거세가 반발하고, 지분 매입 제안을 거절해 포기한 바 있다. 미국·호주 규제 당국의 승인 불확실성도 인수를 어렵게 만든 요소였다. 지난해 오스탈 이사회는 미국, 호주 당국의 승인 거부 시 500만달러(약 73억원)의 위약금을 부담하라는 조항을 내세워 협상을 결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관계자는 “오스탈 이사회에 진출해 협력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오스탈과 전략적으로 협업하면 시설 투자 등에 유증 자금이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외 다양한 해외 사업에 자금이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오스탈은 호주, 미국, 필리핀, 베트남 등에 조선소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는 미국 해군 군함 유지·수리·운영(Maintenance·Repair·Operation)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오스탈 USA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오스탈 USA는 미 해군 인디펜더슨급 연안전투함(LCS), 미 해안경비대 원정고속수송선(EPF)을 건조하고 중소형 함정 MRO 사업을 진행한 이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