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서 골프 의류 업체 벤제프 대표로 변신
"사업은 영화랑 같아, 서로 간에 合 맞아야"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일대는 골프 브랜드의 전쟁터다. 국산 골프 브랜드 ‘슈페리어’부터 외국산 ‘데상트 골프’나 전통의 강자 ‘캘러웨이’ 본사가 삼성동과 선릉 일대에 자리 잡고 있다. 올해부터는 여기에 한 업체가 더해졌다. 배우 정준호(44) 대표가 이끄는 ‘벤제프(Benjefe)’가 그 주인공이다.
“사업은 드라마나 영화랑 똑같습니다. 기획하는 사람, 실현하는 사람과 합(合)이 맞아야 성공하더라고요.”
19일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벤제프 본사에서 만난 정준호 대표의 말이다. 그는 연기 폭이 넓어 국가정보원 정예요원(아이리스)에서부터 재벌 재단 이사장(공공의 적2), 엘리트 벤처 사업가(가문의 영광 시리즈) 등 다양한 역할을 두루 소화해 낸 중견 배우다. 올해부터는 골프 의류 브랜드 ‘벤제프’의 대표직을 맡아 기업 경영 일선에 나섰다.
▲배우이자 골프의류 브랜드 ‘벤제프’의 대표인 정준호씨가 19일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벤제프 본사에서 벤제프 경영철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그가 ‘연기파 탤런트’에서 ‘사업가’로 변신한 것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2002년부터 2011년까지 한 의류 브랜드의 모델을 10년 간 했습니다. 모델을 하다 보니 옷이 만들어지는 기획 단계부터, 유통되는 순간까지 사업 전반에 관심이 생겼어요. 그게 계기였습니다.”
정준호 대표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골프를 즐겼다. 연극영화과 특성 탓에 패션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는 “골프를 칠 때마다 틀에 박힌 골프 의류보다 캐주얼하게 재해석한 의류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때 이경태 리녹스그룹 회장이 손을 내밀었다. 이경태 회장은 모자전문 멀티숍 ‘햇츠온’과 골프의류 라이센스 브랜드 ‘플레이보이 골프’를 국내 시장에 선보인 인물이다.
정준호 대표는 “보통 사업가들이 연예인과 함께 동업을 하자고 하면 ‘자본과 시스템을 댈 테니, 높은 인지도를 브랜드 마케팅에 활용하자’고 제안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경태 회장은 조금 달랐다”며 “냉정하고 정확하게 지분을 나누고, 똑같이 자본을 투자하게 끔 했다”고 말했다.
벤제프는 스페인어로 축복을 뜻하는 ‘벤디시온(Bendicion)’과 우두머리를 의미하는 ‘헤페(Jefe)’를 합친 합성어다. ‘필드에서 축복을 내리는 우두머리가 되라’의미다. 주요 소비자층은 30~40대로, 다른 브랜드보다 젊은 감각을 강조한다.
정준호 대표는 벤제프를 한 키워드로 설명해달라는 질문에 ‘단순함’이라고 답했다.
“골프를 20년 넘게 쳤는데, 이 운동은 하면 할수록 ‘단순해져야 잘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생각이 복잡하거나, 동작이 복잡해지면 무너져 버려요. 벤제프가 추구하는 것도 이겁니다. 일상복으로 입을 만큼 단순하지만, 그 단순함 속에서 포인트를 딱 하나만 살리는 거죠.”
여느 연예인 대표와 다르게 정준호 대표는 촬영 일정이 없는 날이면 매일 벤제프 본사로 출근한다. 이날 인터뷰 중에도 직원들과 끊임없이 인사를 나눴다. 젊은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안부를 묻기도 했다. 제품 기획 회의나 디자인 회의에는 정준호 대표 본인이 직접 참여한다. 그는 벤제프 직원들을 ‘드림팀’이라고 불렀다.
▲정준호 대표는 시안부터 실제 제품까지 꼼꼼하게 본인이 챙긴다. 기획회의나 디자인회의도 직접 참가한다. /박상훈 기자
고객 관리는 정준호 대표가 맡은 가장 중요한 업무다. 그는 “점포 별로 우수 고객 명단을 따로 추려서, 이분들 경조사는 제가 직접 챙긴다”며 “이제 막 첫발을 뗀 작은 브랜드가 큰 브랜드들과 승부를 걸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준호 대표는 이달 초 이들과 미국 괌으로 4박 5일 골프 여행을 다녀왔다. 경비는 참가자가 직접 부담하는 여행이었는데도 102명을 따로 추려야 할 정도로 많은 지원자가 몰렸다.
벤제프는 올해 목표 매출액이 600억원이다. 정준호 대표는 “올해 1월부터 3월 중순까지 월별 매출을 따져보면 전반적으로 업계가 불황임에도 순항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목표 매출액을 달성하기 위해 매장 수를 넓히거나, 매장 규모를 확대하는 것은 경계했다. 골프 의류 업계에 경쟁자들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매장 수는 지금보다 줄이는 쪽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직영점들을 운영할 돈으로 디자인에 투자하는 편이 좋겠죠. 대신 정리한 매장들을 대신해 많은 사람이 오가며 벤제프 브랜드를 접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매장을 새로 낼 예정입니다.”
정준호 대표는 곧 중국 시장에 진출해 골프 의류 부문에서 한류 열풍을 불러일으킬 예정이다.
“배우가 첫 대본을 받고, 촬영에 들어가기 전까지 대본을 암기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열정이 필요합니다. 배우 일을 하는 대표가 브랜드를 키우는 일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자존심으로 먹고 사는 배우라는 직업과, 자존심은 접어둬야 하는 사업가라는 직업은 양 극단에 있는 직업이라 더 그렇겠죠. 그래도 벤제프 캐릭터를 밀고 나가면 우리 직원 모두 샴페인 터뜨릴 날이 올 것이라고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