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010140)과 한화오션(042660)이 최근 이틀간 5조원 규모의 선박 건조 계약을 따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중국 조선·해운업 견제 수위를 높이면서 한국 조선사로 발주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1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17일과 18일에 2조4000억원 규모의 선박 건조 계약을 맺었다. 지난 17일 오세아니아 지역 선주로부터 1조9355억원 규모 셔틀탱커(원유 운반선) 9척을 수주한 데 이어, 18일에는 아시아 지역 선주로부터 4661억원 규모 초대형 에탄운반선(VLEC·Very Large Ethane Carrier) 2척을 수주했다.
셔틀탱커를 발주한 곳은 그리스 차코스에너지내비게이션이다. 삼성중공업은 수에즈막스급(수에즈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최대 크기 선박) 셔틀탱커 9척을 2028년 말까지 건조해 순차적으로 인도할 예정이다. 한국과 코스코해운중공업 등 중국 업체가 물량을 나눠맡을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삼성중공업이 전량 수주했다. 에탄운반선은 일본 미쓰이OSK해운이 발주한 것으로, 에탄 이중 연료 엔진이 장착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은 수주 행진이 이어지며 올해 수주 목표치(98억달러)의 19%를 채웠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로 수주 포트폴리오를 쌓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지난 17일 대만 해운사 에버그린으로부터 2조3286억원 규모 초대형 컨테이너선 6척을 수주했다. 2만4000TEU(1TEU는 6m 컨테이너 1개)급 액화천연가스(LNG·Liquefied Natural Gas) 이중 연료 추진 선박이다. 길이 400미터(m), 너비 61.5미터로 컨테이너 2만4000개를 한꺼번에 운송할 수 있다. 에버그린은 200척 이상의 선대를 운영하는 세계 최대 컨테이너 전문 해운사 중 하나로, 이번에 처음으로 한화오션을 낙점했다.
조선업계에선 국내 조선사가 중국을 제치고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수주한 것에 의미가 있다는 평을 내놓는다. 컨테이너선은 건조 기술이 평준화돼 그간 중국 조선사가 낮은 가격을 내세워 수주를 휩쓸었다. 한화오션은 대만 양밍해운이 발주할 LNG 이중 연료 컨테이너선 13척을 건조할 후보로도 물망에 올랐다.
국내 조선사들은 중국 가격 공세에 맞서 친환경 첨단 기술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한화오션이 수주한 LNG 이중 연료 컨테이너선엔 공기윤활시스템(ALS·Air Lubrication System), 축발전기모터시스템(SGM·Shaft Generator Motor) 등 친환경 기술이 탑재될 예정이다.
조선업계에선 미국 정부의 중국 조선업 견제 방침에 따라 한국 조선사가 수혜를 누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크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 1월 중국선박공업집단(CSSC·China State Shipbuilding Corporation)을 중국군사기업으로 지정했다. 미 국방부와 거래하는 기업은 내년 6월까지 중국선박공업집단과의 거래를 중단해야 한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중국 조선사에 선박을 발주하거나 중국산 선박을 이용하는 선사에 미국 항구 입항 시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오는 24일 관련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 실제 항만 수수료가 부과될 경우 비용 부담에 따라 한국이나 일본 조선사로 발주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