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밤 김해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298690) 항공기 화재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가 본격화한다. 조사 당국은 화재 합동 감식에 앞서 추가 사고를 막기 위해 사고기 날개에 실려 있는 항공유 처리 방식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30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에서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산경찰청, 부산소방재난본부 등 조사 당국이 지난 28일 화재 사고가 발생한 에어부산 항공기를 살피고 있다. /뉴스1

30일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산경찰청, 부산소방재난본부 등 조사 당국은 부산지방항공청에서 오전 10시부터 약 1시간 20분가량 화재 합동 감식을 위한 사전 회의를 했다. 각 기관 관계자 20여명이 참석해 화재 원인 조사 진행계획과 안전 조치 등을 논의했다.

이어 오전 11시 30분쯤 화재 현장을 찾아 항공기 상태를 확인하며 감식 가능 여부를 살폈다. 현재 화재 사고기인 에어버스 A321-200(HL7763) 항공기 양쪽 날개에는 약 3만5900파운드의 항공유가 실려 있다. 조사 당국은 합동 감식 과정에서 추가 화재 사고가 날 가능성을 고려해 안전성 확보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현장 실사에 나섰다.

사고기에 실려 있는 항공유가 열, 스파크, 화염에 의해 점화될 경우 폭발 가능성이 있어 추가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상황이다. 먼저 항공유를 제거한 후 감식을 할지, 항공유를 그대로 둔 채로 진행할지, 항공유를 뺀다면 어떤 방식으로 수거할지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유를 제거하려면 항공기 연료 펌프를 돌려야 하는데 전원 스위치가 있는 조종실 윗부분이 화재 때 탄 상태라 항공유를 빼는 게 쉽지는 않은 상황으로 알려졌다.

강용학 항철위 조사단장은 30일 사전 회의 후 합동 감식 진행 계획을 발표하며 “조사 과정에서 (항공유 때문에) 발화가 다시 일어나면 폭발할 가능성이 있어 현장 확인 후 합동 감식 전 항공유를 기체에서 제거할지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강 단장은 “항공유를 기체에서 빼내려면 급유할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날 오후엔 프랑스 사고 조사위원회 관계자 10여명이 입국해 사고 조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사고 항공기를 제작한 에어버스의 본사는 프랑스에 있다. 항공기를 제작하고 설계한 국가가 사고 조사에 참여하도록 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규정에 따라 프랑스 사고 조사위원회 관계자들이 조사에 합류할 예정이다.

항철위는 전날 사고기에서 블랙박스인 비행기록장치(FDR)와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를 회수했으나, 자료 추출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 28일 오후 10시 15분쯤 김해공항 주기장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승객 169명과 탑승 정비사 1명, 승무원 6명 등 176명 전원이 비상 탈출했으며 이 과정에서 7명이 경상을 입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항공기 내부의 좌석 위 짐칸에서 불이 붙었다. 휴대용 보조배터리가 화재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항철위는 기내 선반 위 배터리 등에서 화재가 시작됐을 가능성을 비롯해 항공기 내 배선 합선 등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해 다각도로 조사할 예정이다.

항철위 관계자는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조사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