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015760)공사가 발전사들로부터 사들이는 전력도매가격(SMP)이 지난 달 4주차에 역대 최고치인 키로와트시(kWh)당 200원을 넘어섰다. SMP의 주 단위 평균이 200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국내 발전사들의 발전비용도 급등한 탓이다. SMP 급등에 윤석열 20대 대통령 당선인의 전기요금 동결 공약에 따라 한전의 적자 심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평균 SMP는 kWh당 197.32원을 기록했다. 이는 월평균 역대 최고치인 2012년 7월(185원) 가격을 넘어선 수치다. SMP는 한전이 발전공기업이나 민간 발전사에서 구매하는 전력 가격이다.

2월 마지막 주에는 kWh당 평균 200원을 넘어섰다. SMP는 2월 첫주에 153.01원을 기록했다가 2주차에 198.88원으로 치솟았다. 3주차에는 199.65원, 4주차엔 208.79원을 기록했다. SMP가 일간 단위로 kWh당 200원을 넘은 적은 있었지만, 주간 단위 평균이 200원을 넘은 적은 처음이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당분간 SMP가 200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SMP 상승은 한전의 실적과 전기요금 인상에 직결된다. 한전은 SMP를 기준으로 발전사에서 전력을 사서 소비자에게 공급한다. SMP가 높아질수록 한전의 전기 구입 비용은 상승할 수밖에 없고, 전기요금 인상 압력도 커진다.

전남 나주에 위치한 한국전력공사 본사.

고유가로 SMP가 200원까지 치솟았던 2012년, 한전은 2조3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2020년 이전까지 사상 최악의 실적이었다. 한전은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과 탈원전, 전기요금 인상 불발 등으로 5조8601억원(잠정치)의 영업적자를 보이면서 2012년 기록을 갈아치웠다.

올 초 시장에선 한전이 올해 10조원 이상의 적자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전에 예측한 전망이다. 신한투자증권과 현대차증권 등은 최근 국제유가 상승을 일부 반영해 한전의 올해 영업손실 규모를 19조~20조원 수준으로 추산했다. 한전이 이런 적자를 만회하려면 SMP 인상 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전기요금 10.6% 인상을 예고했지만, 윤석열 당선인은 전기요금 동결을 공약했다. 윤 당선인은 올 초 공약을 발표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졸속으로 밀어붙인 탈원전으로 발생한 한전 적자와 부채의 책임을 회피하고, 전기료 인상의 짐을 고스란히 국민에 떠넘기려 한다”며 “전기요금 인상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겠다”고 했다. 최종 정책 공약집에서는 빠졌지만, 이미 대중에 발표를 한 공약이라 철회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계속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전기요금 인상 계획까지 철회되면 한전의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권덕민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재 원자재 가격 상승세라면 두 번의 전기요금 인상으로는 부족할 것”이라며 “당분간 원자재 가격 하락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 한전의 적자 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