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택배노조 산하 CJ대한통운(000120) 노동조합이 23일 총파업 투표를 앞둔 가운데, 노조가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CJ대한통운 총력투쟁 계획’이란 내부 문서는 이번 파업을 ‘매우 치열한 정치전, 여론전과 물량전을 동반하는 판갈이 투쟁’이라고 분석했다. 이 문서는 이번 총파업의 필승 전략으로 ‘선빵(선제 타격)을 세게, 기세있게, 제대로 때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이날 투표 파업 찬반 투표가 가결될 경우 28일 총파업을 단행할 계획이다.
이 문서엔 ▲사전 준비 단계 ▲투쟁 개시 ▲투쟁 전개▲출구 전략 등 총파업의 단계별 전략이 담겼다. 사전 준비 단계에서는 택배과로사대책위, 민주당, 주요 언론사 등을 대상으로 ‘정치 여론전을 위한 사전 준비가 진행돼야 한다’며 ‘CJ대한통운의 탐욕에 대해 낱낱이 폭로하고 투쟁의 결심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적었다.
실제 총파업에 돌입하는 ‘투쟁 개시’ 단계에선 ‘장기전이라 하더라도 선빵을 세게 기세있게 제대로 때리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물량전, 정치 여론전이 동시에 강력하게 진행돼야 한다. 그래야 힘겨루기가 제대로 벌어질 수 있으며 장기전으로 흐르더라도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건에는 총파업 투표가 가결될 경우 27일 현장 출정식, 28일엔 파업에 돌입하면서 지부별, 지역거점 동시다발 집회와 함께 삭발과 단식을 검토할 것이라고 적혀있다. 또 ‘민주당, 정부를 (통해) 정확히 제기해 정치 문제화 시켜야 함’이라고도 적었다.
이후 투쟁 전개 단계에서는 ‘물량전을 중심으로 1월 3일 개인별 분류 투쟁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개인별 분류 투쟁’은 ‘택배 미분류 상황을 매개로 배송거부를 진행하고 더 이상 하차작업을 하지 못하는 상태로 만들어 사측이 집화 금지를 실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부연했다. 또 출구 전략으로는 ‘승기를 잡는 데 주력하며 그 정도 여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문건은 이번 총파업에 따라 CJ대한통운이 택배 접수를 막는 ‘집화 제한’에 나설 경우 ‘원청이 입을 손해와 거래처 이탈이 심각할 수준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롯데와 쿠팡 등 경쟁사들은 인원 확충 및 설비 투자를 통해 택배 물량을 늘리고 있다. 문건은 ‘이번 총파업이 1500명 수준으로 시작해 2000명까지 파업에 동참한다면 전체 물량의 15~20% 정도가 집화제한, 거래처 이탈로 물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CJ가 상당한 출혈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롯데의 물량확보 총력전과 쿠팡의 본격적인 택배시장 진입 등으로 거래처가 이탈할 경우 CJ대한통운과 다시 거래를 맺을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CJ대한통운 노조는 이날 총파업 여부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실시한다. 이번 투표에서 찬성표가 많이 나오면 조합원 1700여명이 28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다. 앞서 노조가 실시한 총파업 설문조사에서 조합원 86%, 비조합원 74%가 파업에 동의한 것으로 집계된 만큼, 실제 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노조는 사회적 합의로 이뤄낸 택배 요금 인상분을 CJ대한통운이 과도하게 가져간다며 이를 공정하게 분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선비즈는 ‘투쟁 계획서’와 관련한 노조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노조는 “대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