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개막한 2020 두바이 엑스포는 전 세계 192개국이 참여했다. 북한을 제외하면 유엔(UN) 가입 기준 정회원국(193)이 모두 참여한 셈이다. 엑스포를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국제 행사로 꼽는 이유다. 과거에는 각 국의 최신 기술을 선보이는 박람회 성격이 강했다. 최근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 등 정보과학(IT) 박람회가 늘어나면서 신기술 대신 각국의 국가 철학을 홍보하는 형태로 박람회 성격이 진화했다. 2020 두바이 박람회에 가볼 만한 국가관을 소개한다.
◇ IT 박람회 방불케한 독일관
이번 박람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주제는 ‘지속 가능’이다. 최근 해외 각국이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위해 공동으로 탄소중립 목표를 정해 실천하고 있는 국제 정세가 두바이 엑스포에도 그대로 녹아 있다. 독일관의 내부 다자인은 친환경과 미래시대를 컨셉으로 구성했다. 독일은 친환경 등 지속가능성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음을 강조했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관람객에게 NFC 기능이 탑재된 단말기를 제공해 각 전시관마다 다양한 형태의 IT 기술을 선보인다.
◇ 우주 개발의 역사 미국관
스페이스X가 개발한 우주 발사체 ‘팰컨9(Falcon)’이 관람객을 맞이 하다. 스페이스X는 테슬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우주개발업체다. 내부 전시장에는 전화를 발명한 그레이엄 벨, 에디슨과 함께 전기 시대를 연 니콜라 테슬라, 애플의 스티브 잡스, 일론 머스크 등 미국의 혁신 성과들을 설명한다. 전시의 마무리는 우주 개발. 넓은 천정에 우주 그래픽을 비추고 미국이 개발한 화성 탐사 로봇도 전시했다.
◇ 외계 문명과의 조우 영국관
외계 문명에 대한 단서를 찾고 그들에게 인간의 메시지를 보내는 스티븐 호킹 박사의 ‘돌파구 듣기(Breakthrough Listen)’ 프로젝트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외관만 보면 이번 엑스포 전시관 중 가장 특이하다. 마치 납작한 철근 여러 개를 쌓아 원통을 만든 것처럼 보인다. 전시관 내부에 들어가 긴 통로를 따라 올라가면 마치 박물관의 전시물을 구경하듯 4차 산업혁명시대 영국 기술의 미래와 비전 등을 살펴볼 수 있다. 관람객들이 전시관 입구에서 짧은 메시지를 제공하면 인공지능(AI)을 통해 건축물에 이를 구현한다.
◇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 프로젝트 프랑스
지속 가능과 친환경이 대주제이지만, 전시관은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 작업 홍보에 좀더 힘을 줬다. 프랑스 정부는 2년여 전 대형 화재로 소실된 노트르담 대성당의 안전 작업을 마치고 본견 재건축에 착수했다. 성당 건립 당시 기술을 재현할 것인지, 새로운 건출 기술을 적용할 것인지 치열한 논쟁 끝에 건립 당시 기술로 성당을 복원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태블릿PC를 통한 AR로 노트르담 성당의 건축 당시 과거 모습부터 현재 복원 중인 상황까지 연도별로 확인할 수 있다.
◇ 건담이 홍보대사 맡은 일본
게임과 만화와 같은 문화 콘텐츠 강국인 일본답게 관련 전시가 눈에 띈다. 전시관 내부 천정과 벽 등에 빔을 쏴 일본 전통과 자연에 대한 영상 콘텐츠를 계속 상영한다. 만화, IT 등 그동안 일본이 이룬 성과를 기반으로 다양한 작품이 전시돼있다. 수퍼마리오 등 우리에게 익숙한 게임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일본의 유명 로봇 애니메이션인 기동전사 건담이 일본관 홍보대사로 맡았다고 한다. 기존 건담 모델을 재해석해 두바이엑스포 별주 프라모델을 제작해 판매한다.
◇ 흡사 클럽에 온 듯한 이스라엘
검은색 암막으로 둘러싸인 원형 체험장에 입장하면 DJ가 음악을 틀며 디제잉을 시작한다. 체험장 내부 암막에 다양한 동영상을 송출해 마치 현란한 클럽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스라엘의 고대 건축물에서 시작해 재생에너지, 스마트 트랜스포메이션(드론), 빅데이터, AI 등으로 연결되는 홍보 영상이 인상적이다. 중동의 앙숙이었던 UAE와 이스라엘은 지난해 평화협정을 맺으며 다양한 외교·경제 교류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