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속노화 열풍으로 당 섭취를 줄이려고 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탄산음료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펩시콜라 라이선스를 갖고 있는 롯데칠성음료는 작년 매출 4조원을 넘겼지만 음료 사업만 놓고 보면 매출, 영업이익 모두 감소했다. 코카콜라음료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LG생활건강도 음료 부문 실적이 악화했다.

그래픽=정서희

◇롯데칠성과 LG생건, 음료 부문 영업이익 급감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매출 4조245억원을 기록했다. 종합음료기업이 연매출 4조 원을 넘은 것은 롯데칠성이 최초다. 2023년 연 매출 3조원을 돌파한 뒤 1년 만에 이룬 성과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12.2% 감소한 1849억 원에 그쳤다.

문제는 롯데칠성음료의 주력 사업인 음료 부문이다. 지난해 음료 부문 매출은 1조9097억원으로 전년 대비 2.2%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1042억 원으로 같은 기간 35.7% 급감했다. 원재룟값 상승과 더불어 칠성사이다 등 탄산음료 매출이 부진한 영향이 컸다. 영업이익 감소 폭은 579억원인데, 지난해 주류 부문에서 거둔 영업이익(347억원)의 1.7배 규모에 달한다. 음료 사업에서 줄어든 영업이익 공백을 메우는데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LG생활건강의 지난해 매출은 6조8119억원으로 전년 대비 0.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4590억원으로 같은 기간 5.7% 감소했다. 화장품, 생활용품 실적은 선방했지만 음료 사업 실적이 좋지 않아 LG생활건강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음료 부문 지난해 매출은 1조8244억원으로 전년 대비 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681억원으로 21.9% 감소했다. 코카콜라음료 매출 가운데 비중이 높은 제품은 코카콜라, 몬스터에너지, 파워에이드 순이다. 음료 사업 중 탄산음료 비중은 72%, 비탄산 음료 비중은 28%다.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작년 말에는 1971년 이전 출생 영업·물류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2007년 LG생활건강에 인수된 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업계에선 저속노화 트렌드 때문에 탄산음료 소비가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저속노화란 느리게, 건강하게 나이 드는 것과 관련된 생활 습관인데, 당을 적게 섭취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탄산음료도 당이 들어가지 않은 ‘제로’ 탄산 위주로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제로 음료에 설탕 대신 들어가는 인공 감미료 ‘아스파탐’도 몸에 좋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전시된 탄산음료. /뉴스1

◇롯데칠성은 해외사업 집중, 코카콜라는 MZ세대 공략

롯데칠성음료와 LG생활건강 모두 ‘콜라 살리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해외사업에 공들이고 있다. 특히 펩시 등 음료 제조사에서 음료 원액을 받아 물과 탄산가스 등을 넣어 완제품을 만들고 시장에 유통·판매하는 보틀러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그동안 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에서만 운영했던 펩시 보틀러 사업을 올해는 미국·유럽 등 선진국으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펩시코가 선정한 ‘올해의 보틀러’에 선정되기도 했다.

롯데칠성음료는 미얀마에서도 순항하고 있다. 작년 4분기 미얀마법인은 페트라인 증설을 완료했고, 올해는 생산능력 확대 집중할 예정이다. 실제로 해외 사업은 롯데칠성음료의 실적 효자가 되고 있다. 파키스탄에선 지난해 매출 1474억원, 미얀마에선 68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각각 149억원, 186억원이었다. 필리핀에선 매출 1조294억원, 영업이익 74억원을 냈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에너지와 스포츠 음료를 제외하고 탄산, 커피, 생수, 주스 등 대부분 품목에서 매출이 줄었다”며 “다만 해외 자회사는 실적 개선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필리핀 법인은 생산 공장 및 물류 통폐합을 진행하고 있어 수익성 개선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했다.

LG생활건강은 작년 코카콜라 신임 대표이사에 이희곤 음료사업총괄 상무를 선임하며 1년 만에 수장을 교체하기도 했다. 코카콜라의 부진이 인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LG생활건강 측은 전임자의 승진에 따른 자연스러운 인사였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LG생활건강은 탄산음료 주 소비층인 MZ세대 공략을 위해 톱스타들을 잇달아 광고 모델로 기용하고 있다. 스프라이트 모델로 걸그룹 뉴진스, 배우 차은우에 이어 최근에는 걸그룹 에스파의 카리나를 발탁했다. 다음 달부터 카리나를 모델로 한 스프라이트 글로벌 광고 영상이 공개된다. 코카콜라 광고 모델에는 에드워드 리 셰프를 기용했다. 회사 측은 “조화를 중시하는 에드워드 리 셰프의 미식 철학이 코카콜라의 특별함과 닮았다고 생각해 모델로 선정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