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펫푸드 시장에 뛰어드는 기업이 늘고 있다. 반려견·반려묘 가구가 눈에 띄게 늘고 있는 만큼 이들을 위한 용품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통상은 이렇게 시장 참여자가 늘어나면 치열한 경쟁을 통해 가격이 내려간다. 그런데 펫푸드 시장만큼은 아직 그런 기미가 없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로얄캐닌은 오는 24일부터 펫푸드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다. 이 회사 측은 펫푸드의 원료 가격이 오른 데다가 운송비 등 비용이 꾸준히 오르면서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인상 폭은 확정되지 않았다.
다른 펫푸드 업체도 가격 인상을 고민하고 있다. 수입 펫푸드 브랜드 힐스나 국내 펫푸드 업체인 하림펫푸드가 대표적이다. 미국 달러화 대비 환율이 오른 상황(원화 가치 하락)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부담이다.
이에 대해 유통업계에서는 원료 가격이 오른 것도 이유지만 실제로는 ‘락인(lock-in) 효과’가 워낙 강한 탓에 가격 조정에 따른 수요 변화가 쉽게 생기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락인 효과란 소비자가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한 번 구매하거나 이용하면 다른 대안으로 전환하기 어렵게 되는 현상을 뜻한다. 애견인이나 애묘인은 반려동물의 사료를 쉽게 잘 바꿀 수 없다는 뜻이다. 사료를 바꿨다가 알레르기가 생기거나 아예 먹지 않을까 봐서다.
마치 부모가 영아 분유를 쉽게 바꾸지 못하는 것과 같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펫푸드는 일단 한번 먹이기 시작하면 가격을 좀 올린다고 해서 쉽게 바꾸지 못하는 소비자 행동 특성이 있다”고 했다.
가격을 좀 낮춘다고 해서 소비자 선택을 받지 못하는 시장이라 신규 진출업체도 프리미엄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시장 참여자가 늘어도 가격 경쟁 구도로 흘러가지 않는 이유다.
최근엔 펫푸드의 원료 자체를 강조하는 추세다. 지위픽으로 대표되는 뉴질랜드 펫푸드 기업들이 특히 그렇다. 최근 뉴질랜드 펫푸드 기업은 대대적인 홍보를 펼치기도 했다. 가장 집중해서 설명했던 건 뉴질랜드 펫푸드가 청정한 원료와 독보적인 영양성분을 바탕으로 한 고품질 사료라는 점이었다.
뉴질랜드 무역진흥청 관계자는 “목초 사육 육류, 초록 잎 홍합, 사슴고기 등 프리미엄 품질의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면서 “곡물로 기른 육류보다 최대 4배 더 많은 오메가3를 함유해 반려동물의 심혈관 건강, 뇌와 눈 건강에 도움을 주고 포화지방이 적은 육류로 체중 조절에 유리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통상적으로 반려견·반려묘 가구의 소득이 높다는 점도 프리미엄 시장 일변도로 시장이 변하는 이유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반려동물 산업 조사 체계 진단 및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 양육에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가구의 경제적 수준에 따라 반려동물 양육 규모가 다른 양상을 보였다.
월평균 가구소득이 300만원 이하인 경우 반려동물 양육 비율이 15.4%였으나, 소득 수준이 501만원 이상으로 증가할 경우 양육 비율이 2배 이상인 32.7%로 높아진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