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008770)가 이부진 사장의 숙원사업으로 불리는 한국전통호텔(한옥호텔)에 대한 설계 변경을 추진한다.
2019년 건축허가를 받은 지 4년 만으로, 문화재 발굴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장기간 공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변화한 사업 환경에 맞춰 건축물을 다시 설계하겠다는 것이다.
6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한옥호텔의 설계 변경 추진을 위해 착공을 잠정 연기했다. 지난 5월 장기 미사용 승인 건축물에 대한 관할 지자체의 조사에 대해 ‘10월 중 착공하겠다’고 했던 기존 입장과 달리 착공이 다시 미뤄지는 것이다.
호텔신라는 이부진 사장이 취임한 이듬해인 2011년 서울시에 한옥호텔 건립안을 제출했으나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건립안이 두 차례 반려되고 두 차례 심의가 지연되면서 2016년에야 건립안이 수정 가결됐다.
통과된 건립안은 신라호텔 정문과 신라면세점 부지에 3000억원을 들여 지하 3층~지상 2층의 객실 수 43실의 한옥호텔과 지하 4층~지상 2층 규모의 면세점 등 부대시설 건립을 골자로 하는 안이다.
애초 도시계획위원회에서 통과한 건립안은 지상 3층에 91실 규모였으나, 문화재청 심의와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치며 객실 수도 대폭 줄어 2019년 서울시 건축위원회에서 사업 안건이 통과됐다.
한옥호텔 사업은 그 이듬해 서울 중구청으로부터 착공을 위한 건축허가를 받았지만, 서울시의 ‘4대문안 문화유적 보존방안’에 따라 매장문화재 시굴조사 및 표본조사를 시행하던 중 유적이 발견되면서 공사가 잠정 중단됐다.
해당 조사는 사업 예정지 1만6569㎡를 대상으로 2019년 12월부터 시작돼 2021년 10월 완료됐고, 보존유적에 대해서는 이전 보존을 결정하면서 공사에 착수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사업 예정지 가운데 사업 시행 여부가 불투명함을 이유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2955㎡에 대해서는 향후 개발행위 발생 시 발굴조사를 하기로 했다.
호텔신라는 2021년 8월 공시를 통해 애초 2020년 3월부터 2024년 5월까지 진행하기로 했던 한옥호텔 부대시설 건설에 대한 2318억원 규모 투자를 잠정 보류하겠다고 밝히면서 공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5월 중구청이 장기 미사용 승인 건축물 조사에서 답변서를 요구하자, 호텔신라는 10월에 착공하겠다는 의견서를 보냈다. 건축법상 지자체는 건축허가를 내준 날로부터 2년 이내에 공사에 착수하지 않거나 공사 중단으로 기간 내 완공이 불가능한 경우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 문화재 발굴 조사가 완료된 2021년 10월을 기준으로 삼더라도 호텔신라가 지난달까지 한옥호텔 관련 공사에 착수해야 했던 셈이다.
하지만 호텔신라가 이번에 한옥호텔 설계 변경을 추진하면서 착공은 더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설계 변경을 위해서는 관할 지자체에 변경을 신청한 뒤 심사를 통해 다시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환경이 바뀌어 설계를 변경해야 할 부분이 있어 (착공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한옥호텔 프로젝트 자체가 무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호텔신라는 한옥호텔 사업이 예정된 부지 위에 있는 신라면세점 서울점의 냉방설비 보수 공사를 진행하는 등 공사 연기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신라면세점 서울점은 지난달 23일부터 오는 12월 30일까지 빙축열조를 포함한 노후 시설에 대한 정비 공사가 진행 중이다.
빙축열조는 규모가 큰 건물에서 주간에 사용하기 위한 냉기를 야간에 채워 보관하는 설비로, 보수를 위해서는 설비 내부의 수조 등을 모두 들어내야 하기에 공사 규모가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두 달 정도의 기간이면 전면적인 보수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는 수준”이라며 “공사 비용만 수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
중구청은 호텔신라가 낸 의견서를 토대로 공사 현황을 점검하고, 설계 변경 신청이 접수되면 그에 따라 관련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이달 중 현장 점검을 할 것”이라면서 “(설계 변경에 대해서는) 신청서가 접수되면 그에 따라 관련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설계 변경이 적법하다면 처리가 되겠지만, 심사 과정에서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설계를 다시 변경하는 작업을 거쳐야 하기에 처리에 드는 시간을 특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