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001680)CJ제일제당(097950)이 양분하고 있는 김치 시장에 신세계(004170)가 본격 참전한다. 포장김치 시장이 꾸준히 커지고 있고, 무엇보다 K푸드 인기를 타고 김치 수출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김치 직접 생산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2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 종합식품 제조 기업 신세계푸드(031440)는 신성장동력으로 김치를 정하고 올해 본격 사업 확장에 나선다. 당장 정관 내 사업 목적에 ‘김치류 제조업’을 새로 추가하기로 결정, 내달 28일 여는 정기 주주총회 안건에 올린다.

서울 한 대형마트의 김치 진열대. /뉴스1

아울러 ‘과실 및 그 외 채소절임 식품 제조업’, ‘기타 과실 채소 가공 및 저장 처리업’도 추가한다. 회사 관계자는 “신규 사업 예정에 따른 목적 추가로, 포장김치 사업부 신설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김치 사업에 힘을 주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신세계푸드는 그동안 외식 가맹 사업, 베이커리 사업에 집중, 김치 시장에선 소극적인 태도를 견지했다.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올반’으로 2017년 맛김치와 포기김치, 열무김치를 출시했을 뿐이다. 생산은 모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내일식품, 예소담 등에 맡겼다.

신세계푸드가 김치를 실적 개선 수단으로 정했다는 분석이다. 햄버거 전문점 ‘노브랜드 버거’에 더해 피자 전문점 ‘노브랜드 피자’로 외식 사업을 확대하고, 대체육 ‘베러미트’, 정용진 부회장을 닮은 캐릭터 ‘제이릴라’ 지식재산권(IP) 사업 등의 신사업을 계속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히 기업 간 거래(B2B) 중심에서 소비자 대상(B2C) 사업으로 체질을 전환했지만, 수익성은 계속 악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이 1조4113억원으로 2021년과 비교해 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06억원으로 30% 가까이 감소했다.

김치 시장의 꾸준한 성장이 신세계푸드의 사업 강화를 이끌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포장김치 시장은 2015년 1482억원에서 2020년 3023억원으로 5년 새 104% 성장했다. 김치를 사 먹는 가정이 늘어난 영향으로 작년 시장 규모 역시 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신세계푸드는 현재 맛김치 80g, 포기김치는 2㎏으로 한정된 제품군을 3㎏, 5㎏ 등으로 다양화한다는 방침이다. 아예 새로운 김치 브랜드를 출시, 직접 생산도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내 포장김치 시장의 약 80% 차지하는 대상과 CJ제일제당의 새로운 경쟁자로 올라선다는 계획이다.

K푸드 인기를 타고 김치 수출이 늘고 있는 것도 신세계푸드의 김치 강화에 영향을 미쳤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017년 8139만 달러(1060억원) 규모였던 국내 포장김치 수출액은 2021년 1억5992만 달러(약 2082억원)로 2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그래픽=편집부

풀무원(017810)의 경우 해외 김치 시장 공략을 위한 수출용 김치 생산 자회사 피피이씨글로벌김치까지 갖췄다. 2019년 전북 익산에 3만329㎡(9175평) 규모 김치 공장을 설립하며 출범한 피피이씨글로벌김치는 미국 등으로의 김치 수출로 2021년 161억원 매출을 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신세계푸드에 김치는 단체급식 사업에서 활용 등으로의 확장성이 높은 사업”이라면서 “그동안 외형 성장을 위한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 확장에 힘을 쏟았던 신세계푸드가 식품 제조를 통한 탄탄한 성장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신세계푸드의 포장김치 강화가 되레 수익성을 악화하는 전략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세계그룹이 이마트, 백화점 등으로 탄탄한 자체 유통 채널을 갖췄지만, 이들 채널이 이미 자체브랜드(PB)로 김치를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격 경쟁력과 채널 장악력을 갖춘 대상과 CJ제일제당의 시장 지배력을 넘어서기도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다. 2021년 기준 포장김치 시장은 대상이 42%의 점유율로 1위, 그 뒤를 CJ제일제당이 38%의 점유율로 양분하고 있다.

대상이 ‘종가집’으로 1988년부터 시장에 진출했고, CJ제일제당이 2000년 하선정종합식품을 인수하며 시장에 진출, 일찌감치 대중 인지도를 확보했다. 예컨대 포장김치하면 대상의 ‘종가집’ 김치, 혹은 CJ제일제당의 ‘하선정’, ‘비비고 김치’로 갈음되는 시장이 됐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김치 시장은 국내, 해외 모두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모든 식품 기업이 진출하고 싶은 시장이지만, 그만큼 진입도 어려운 곳”이라면서 “대상과 CJ제일제당이 국내 시장 인지도는 물론, 국내외 자체 생산 설비를 갖춰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