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097950)의 매출액이 지난해 사상 처음 30조원을 넘어섰지만, 증권가는 일제히 목표 주가를 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집밥’ 열풍, K푸드의 인기로 그간 12분기 연속(2021년 4분기 특별 성과급 지급 시기 제외) 전년 동기 대비 분기 영업이익이 증가했던 것이 지난해 4분기에 멈췄기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소비 심리가 위축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 “원부자재 가격 오른 만큼 가격 못 올린 탓”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CJ제일제당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27% 감소한 1232억원이었다. CJ제일제당이 전년 동기 대비 분기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3분기 이래 두 번째다.
다만 첫 번째 전년 동기 대비 분기 영업이익 감소 시점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특별 성과급을 줬던 지난 2021년 4분기인 점을 감안해야 한다. 즉, 부진으로 인한 분기 영업이익 감소는 코로나19 이후 지난해 4분기가 처음이라는 의미다.
2021년 4분기 당시 CJ는 우수한 실적을 낸 3개 계열사(CJ제일제당·CJ ENM·CJ올리브영)에 창사 이래 처음 특별 성과급을 지급했다. 특별 성과급은 정규 성과급과 별개로 실적 신장에 따른 격려 차원으로 지급됐다.
당시 CJ제일제당은 연봉의 5%를 특별 성과급으로 줬고, 총 700억원 후반을 쾌척했다. 그러면서 “해당 분기 영업이익은 특별성과급으로 인한 성과급 인상분을 보정할 경우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증가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감소 원인으로 “국내 식품과 CJ피드앤케어 사업 부문의 원가 부담 확대”를 꼽았다. CJ제일제당의 식품 사업 부문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2조8326억원으로 전년 대비 14.77% 늘었지만, 영업이익률은 특별성과급이 없었음에도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인 2.7%였다. 특별성과급이 지급된 2021년 4분기 영업이익률은 2.5%였으며, 성과급 증가분을 보정할 경우 4~5%로 추정된다.
CJ제일제당 내부에서는 4분기 부진의 원인으로 원부자재 가격이 상승한 만큼 제품 판매가를 올리지 못한 것을 꼽는다. 지난해 2월 고추장·된장·쌈장(9.5%)과 ‘비비고 만두(5~6%)’ 등 제품 가격 인상을 시작으로 ‘햇반(7~8%)’, 냉동 피자(10%), 김치(11%) 등 제품 전반의 가격을 올렸지만, 급등한 소맥(40.87%), 대두(12.77%), 옥수수(19.15%) 등 주요 원료의 국제 가격을 모두 판매가에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영업이익이 낮아진 것은 당초 가격을 인상하면서 계획했던 만큼 제품이 팔리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원부자재 가격 인상분 전체를 판매 가격에 전가하지 않고, 영업이익률을 낮추는 대신 판매량을 늘려 손해를 보전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는 뜻이다.
◇어두운 경기 전망… 증권가, 목표 주가 최대 6만원 낮춰
증권가가 보는 올해 CJ제일제당의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 국내 주요 기관들의 경기 전망이 어두워서다. 지난 9일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한국경제가 상반기에 둔화 폭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상반기 성장률 전망치를 1.4%에서 1.1%로 내렸다.
CJ제일제당의 실적 발표 후 신한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50만원에서 47만원으로 낮췄고, 키움증권도 50만원에서 48만원으로 내렸다. 한화투자증권도 56만원이던 목표주가를 50만원으로, 이베스트투자증권도 55만원에서 53만원으로, 하이투자증권도 53만원에서 50만원으로 목표주가를 조정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식품과 사료·축산 부문의 영업이익이 기대치보다 낮았다”며 “단기적으로 원가 상승 부담과 바이오·F&C 업황 부진으로 실적이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목표주가를 낮춘다”고 했다. 그러면서 “곡물 투입단가가 안정되고 축산 업황이 반등하면 전사 실적은 2분기부터 점차 회복될 것”이라고 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과 환율이 안정된다고 해도 경기 침체 우려가 있는 상황이라 낙관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경기 침체 우려가 짙어지면 식품 소비도 줄어드는데, 지난해 4분기부터 그 영향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2분기 이후에나 실적이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도 했다.
CJ제일제당은 올해 상반기를 견뎌낼 방법으로 ‘수익 구조 혁신’을 꺼내 들었다. 그간 쌓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매·생산·영업 부문의 효율화를 이루고 부진한 상품 등을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원재료부터 생산, 제품 유통까지 전 과정에서 비효율적인 부분이 있지는 않은지 조사하고 원가절감, 생산방식 개선 등 수치상으로 효율화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할 예정”이라며 “다양한 용량으로 판매되는 제품들에 대해서도 수익성을 검토한 뒤 보탬이 되지 않는 제품들은 과감하게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