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003090)그룹의 자회사인 대웅생명과학이 지난달 천연 모기퇴치제를 출시하면서 앞서 유사한 제품을 만든 중소기업의 자료를 그대로 베껴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중소기업은 국화꽃에서 추출한 천연 성분인 ‘피레트린’을 처음 국내에 소개해 모기퇴치제에 사용하는 업체다.
대웅생명과학은 같은 성분을 사용해 유사 제품을 만든 데 더해, 상품 설명 상세페이지까지 그대로 베껴 제품 홍보에 사용하고 있다.
대웅생명과학은 대웅이 76.8%를, 대웅제약 오너 2세인 윤재용 전 대웅생명과학 사장이 23.2% 지분을 갖고 있는 대기업이다.
이 회사는 지난달 주요 성분으로 피레트린이 사용된 모기퇴치제 ‘곰돌이 모기사냥꾼 그린에어졸’을 출시했다. 해당 제품은 쿠팡과 지마켓 등을 통해 판매되고 있는데, 상품의 상세 설명란에 피레트린에 대한 설명이 적혔다.
대웅생명과학은 피레트린에 대해 ‘천연제충의 국화꽃에서 추출한 살충 유효성분’, ‘2시간 정도면 서서히 자연분해되는 성분’이라는 특징 외에도 ‘식물에서 추출한 성분이 약이나 식용으로 많이 사용되듯’, ‘자연에서 찾은 천연 살충성분’ 등의 문구를 적었다.
그런데 해당 설명은 기존에 유사한 제품을 만들던 중소기업 바이오미스트테크놀로지(바이오미스트)의 제품 설명과 똑같은 문구였다.
바이오미스트는 지난 1997년 피레트린을 국내에 처음 소개한 회사로 피레트린이 주성분인 모기퇴치제 ‘내추럴 인섹트킬라’를 판매 중이다. 국내에서 쓰이지 않던 피레트린을 사용하기 위해 해당 성분을 식품의약품처에 등록하는 데만 1년이 넘게 걸렸다고 한다.
최유나 바이오미스트 기획실장은 “피레트린을 사용한 모기 퇴치제를 만드는 것까지는 문제시 할 수 없지만, 저희 제품의 상품 설명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상세 페이지를 통해 광고를 하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고 했다.
바이오미스트는 해당 사안에 대해 자료를 수집하고 상품 설명 문구에 대한 저작권 등록 가부를 검토하는 등 변리사를 통해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이다.
대웅생명과학 측은 해당 모기퇴치제는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상품으로, 총판을 통해 판매가 이뤄지고 있어 상품의 상세페이지 등 관리에 대한 부분은 확인해보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상품 베끼기 논란은 앞서도 있었다.
쿠팡은 ‘로켓 배송’ 영향력을 바탕으로 자체 브랜드(PB) 상품 개발·판매를 강화하면서 자회사를 통해 4200여개의 PB제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 수가 쿠팡에 납품되는 상품의 ‘카피 제품’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섬유유연제, 냉동 소시지 빵, 보리차, 클렌징폼 등 쿠팡의 PB 상품들이 기존 제품과 형태, 색깔과 디자인 등이 유사한데다 가격까지 저렴해 인기 있는 제품을 납품하던 중소기업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것이다.
특허청은 지난 3월 해당 논란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 특허청 산하기관인 한국지식재산보호원에 카피로 의심되는 다양한 사례를 찾아봐 줄 것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최근 밀키트 전문기업 프레시지와 오뚜기가 ‘헬로 베지(Hello Veggie)’라는 동일한 이름의 비건(Vegan·채식주의) 브랜드를 출시하는 일도 있었다.
프레시지 자회사 테이스티나인이 지난 1월 특허청에 ‘헬로 베지’에 대해 영문명으로 상표권을 출원했지만, 오뚜기가 지난달 11일 동일한 이름으로 브랜드를 내놓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들이 지식재산권에 대해 적극적으로 권리화를 하지 않는 점을 베끼기 논란의 원인으로 꼽는다.
최현정 대한변리사협회 이사는 “기업들이 상표권은 브랜드 로고만, 디자인권은 아주 독특한 신개발 제품만 보호된다는 식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실제 보호대상보다 좁게 인식하기 때문에 권리화의 기회를 놓친다”고 했다.
그는 “중소기업에서는 디자인권, 상표권과 같은 지식재산권을 적극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디자인권, 상표권 등록이 되면 등록디자인 및 상표와 유사한 디자인 및 상표 베끼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