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체육 제조 업체 임파서블푸즈와 비욘드미트가 식물성 고기로 만든 칠리 치즈 프라이즈와 미트볼, 피자, 햄버거(왼쪽부터). 이들은 붉은빛을 내는 식물성 헤모글로빈을 이용해 진짜 고기의 맛과 향, 육즙까지 구현했다.

국내 대체육 산업이 활성화하고 있다.

대체육은 ‘비건(Vegan) 식품'으로 채식주의자를 겨냥한 특수 식품이라는 인식이 강했으나, 최근 들어 ‘건강식’으로 재평가되며 찾는 소비자가 크게 늘었다. 여기에 자신들의 소비 활동을 외부에 공개하는 것을 즐기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0년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자)의 가치소비로 저변이 확대하는 추세다.

2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체육 시장의 규모는 2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성장 가능성은 어느 분야보다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대체 단백질 식품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대체육 시장은 2030년 전 세계 육류 시장의 30%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 기업 에이티커니(AT KEarney)는 일반 육류의 시장 점유율이 2025년 90%에서 2030년 72%로 줄어들고, 2040년에는 전세계에서 소비되는 육류의 60%가 대체육이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진국에선 대체육이 이미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비욘드미트, 임파서블푸드 등 글로벌 기업이 대체육 상품을 출시하면서 일상적인 소비 제품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일례로 미국 시장에서 대체육의 판매량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31% 증가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글로벌 대체육 시장 규모는 2019년 5조2500억원에서 2023년 6조7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비욘드미트는 ‘건강한 식물성 재료 기반의 고기'로 제품을 브랜딩하고, 맥도날드·서브웨이 등 유명 패스트 푸드 업체와의 협업을 추진함과 동시에 홈쿡 제품을 출시했다. 2009년 창업한 비욘드미트는 2019년 기업가치가 150억달러(한화 17조원)로 평가되는 회사로 성장했다. 지난해엔 연매출 4억680만달러를 달성하며 전년 대비 36.6% 매출이 늘었다.

임파서블푸드는 대두를 주성분으로 하는 패티를 생산한다. 식물성 재료에 추출한 원료를 분자 단위로 분석해 고기의 맛과 식감을 구현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와 팝 가수 케이트 페리 등이 투자를 했으며, 국내 기업인 미래에셋 자산운용도 이 회사에 1800억원을 투자했다.

호주 대체육 전문기업 브이투푸드 대체육으로 만든 요리. /프레시지 제공

국내 식품기업들도 대체육 식품 개발에 한창이다. 신세계푸드는 2016년부터 대체육을 연구·개발한 끝에 최근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Better meat)’를 출범하고 첫 상품으로 돼지고기 대체육 햄 ‘콜드컷’(Cold cut, 슬라이스 햄)을 출시했다. 콩에서 추출한 대두단백과 식물성 유지성분을 이용해 고기의 감칠맛과 풍미를 냈다.

이 회사는 앞서 지난 4월 버거 프랜차이즈 ‘노브랜드 버거’를 통해 대체육 너겟 ‘노치킨 너겟’을 선보인 바 있다. 해당 제품은 출시 한 달 만에 10만 개가 완판됐다. 이에 5월에 20만 개를 재출시해 한 달 만에 모두 판매했다. 회사 측은 베러미트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적극 육성할 방침이다.

두부 등 식물성 단백질 사업 영역에서 경쟁력을 지닌 풀무원(017810)도 식물성 단백질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현재 △식물성 고단백질 식품 △식물성 저탄수화물 식품 △식물성 고기 △식물성 음료 및 음용식품 △식물성 발효유 △식물성 편의 식품 등 6개 분야로 나눠 식물성 단백질 연구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밀키트 전문기업 프레시지는 이달 초 호주의 대체육 전문 기업인 v2food(브이투푸드)와 국내 영업권 계약을 체결했다. 브이투푸드는 호주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와 공동 개발한 식물성 대체육을 전 세계에 공급하는 기업이다. 프레시지는 올 3분기부터 대체육을 이용한 메뉴를 개발해 외식업체에 공급하고, 4분기부터는 대체육을 활용한 밀키트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농심(004370)도 지난달 초 비건 브랜드 ‘베지가든'으로 만두 제품을 출시했다. 지난해 미국의 푸드테크 기업 ‘잇저스트’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SPC삼립(005610)은 올 하반기부터 식물성 계란 ‘저스트 에그' 등을 활용해 만든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가치소비·미닝아웃(Meaning out·의미 있는 행동을 드러낸다는 뜻의 신조어) 소비 경향으로 대체육을 찾는 소비자가 급증했다”면서 “친환경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진 만큼 대체육 시장은 앞으로도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최근 업계에 부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바람도 대체육 시장 성장 촉진제 역할을 하고 있다. 기존의 축산업이 탄소 배출이 많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대체육이 친환경 식자재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