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5000억원대 티몬·위메프(이하 티메프) 대규모 미정산·미환불 사태가 6개월 차로 접어든 가운데 오픈마켓·이커머스 입점업체(셀러)들의 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의 합성어) 연계 플랫폼 입점이 늘어나고 있다. 티메프가 사라진 자리를 채울 만한 새로운 판로 역할을 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정산금이 보장된 플랫폼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픽=손민균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핀테크와 손잡은 플랫폼에 대한 셀러들의 입점 선호도가 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토스쇼핑이다. 토스쇼핑은 핀테크 토스 앱(애플리케이션)에서 제공하는 오픈마켓 서비스다. 이곳은 판매중개업자로 등록돼 있다. 토스쇼핑에 입점한 업체는 3만4874개다. 2023년 기준 누적 가입자 수는 2600만 명으로, MAU(월간 활성 사용자)는 1910만 명에 달한다.

이용자 수만큼이나 정산 안정성을 따졌다는 게 셀러들의 설명이다. 토스쇼핑은 구매확정일 기준 2영업일 안으로 결제 수수료와 상품 판매 수수료를 차감한 후 판매 대금을 정산한다. 기존 이커머스 플랫폼에 비해 정산 주기가 짧다.

올해 1월부터 토스쇼핑에 입점했다는 업체 대표 A씨는 “네이버·쿠팡 정도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있는 플랫폼이 필요했다”면서도 “티메프 사태로 못 받은 정산금만 15억원이다. 더 이상 같은 일을 겪고 싶지 않아 토스쇼핑 입점 전에 정산 기한부터 확인했다”고 말했다.

다른 입점업체 대표 B씨는 “티메프 사태로 100억원 정도 정산을 받지 못했다”며 “토스쇼핑은 금융권과 연계된 오픈마켓 플랫폼이니까 정산만큼은 확실하게 해줄 거란 믿음으로 거래를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티메프 피해 업체 대표 10명 중 1~2명은 토스쇼핑에 입점한 걸로 안다”고 덧붙였다. 티메프 사태 피해 입점업체는 약 4만8000곳이다.

토스 측은 토스쇼핑 사업 본격화엔 신중한 입장이다. 토스 관계자는 “토스쇼핑은 토스페이 간편 결제를 보다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선보인 기능”이라며 “토스쇼핑을 아직 본격적인 사업으로 홍보하지는 않는다. 사업 확장 계획도 없는 상태”라고 했다.

티메프 사태로 자금 융통이 어려워진 입점업체들은 ‘선정산 핀테크’와도 거래를 트고 있다. 선정산은 이월 지급되는 오픈마켓·이커머스 판매 대금을 70% 이상 선지급하고, 이후 해당 플랫폼을 통해 받아야 하는 정산금과 별도의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선지급한 정산금은 매출채권으로 잡혀 플랫폼이 핀테크에 지급하는 구조다.

대표적인 곳은 올라핀테크다. 올라핀테크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누적 지급한 선정산 금액은 4조원이다. 누적 이용 고객도 2만8000명에 달한다. 올라핀테크도 판매중개업자로 등록돼 있다.

현재 올라핀테크는 KB국민카드의 전략적 투자로 선정산 서비스를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지만, 지난해 7월 말 올라핀테크도 티메프 사태 여파로 선정산 서비스를 잠시 중단했다. 당시 올라핀테크는 티메프의 매출채권에 따른 피해 금액을 피해 입점업체에 연대보증을 물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올라핀테크 입점업체 대표 D씨는 “티메프 사태 때 피해 정산금을 연대보증금으로 걸지 않은 곳이 올라핀테크였다”며 “오픈마켓·이커머스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게 신뢰인데, 선정산 서비스로 문제가 없어 보여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