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경 신세계(004170) 백화점부문 총괄사장과 정지선 현대백화점(069960)그룹 회장이 지난 2015~2016년 나란히 선보인 D2C(Direct to Consumer·외부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 플랫폼 에스아이빌리지(S.I.VILLAGE)와 더한섬닷컴이 지난해 거래액 20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도 두 자릿수 성장하며 순항하고 있다.
10~30대를 주 고객층으로 하는 무신사, 지그재그 등 온라인 플랫폼이 몸집을 키워가는 상황에서 출범했던 초기에는 거래액이 100억원도 안되고 존재감도 미약했지만 고급화, 다각화 전략을 밀고 나가 시장에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의 패션 계열사 한섬(020000)의 작년 온라인 매출이 34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0% 증가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은 ▲타임·마인 등 한섬의 프리미엄 브랜드 중심의 더한섬닷컴 ▲타미힐피거·캘빈클라인 등 수입 브랜드 중심의 패션 전문몰 H패션몰 ▲10~20대를 겨냥한 모바일 편집숍 EQL 3개 플랫폼을 운영중이다.
◇ 이커머스 성장률 둔화 속 더한섬·SI빌리지 두 자릿수 성장
3개 가운데 매출 기여도가 가장 큰 것은 2015년 출범한 더한섬닷컴이다. 더한섬닷컴은 출범 첫해 매출이 60억원에 그쳤으나 작년 약 2400원으로 확대됐다.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이 2016년 선보인 자체 플랫폼 에스아이빌리지도 거래액이 출범 첫해 27억원에서 작년 2330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 대비 23% 증가했다.
더한섬닷컴은 100% 자체 브랜드 상품을 판매하고 있어 매출을 공개하는 반면 에스아이빌리지는 외부 브랜드를 일부 입점시키고 있어 거래액을 공표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온라인 유통업체의 매출 증가율은 10%대 초반으로 추정된다. 상반기 기준으로 2020년 17.5%, 2021년 16.1% 등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서 점차 증가율이 둔화되는 추세다.
쿠팡, SSG닷컴 등 주요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매출 증가 속도가 작년보다 더딘 반면 에스아이빌리지와 더한섬닷컴은 작년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여성 의류 소비가 전반적으로 살아났고 그간의 고급화, 다각화 전략이 어느정도 안착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에스아이빌리지와 더한섬닷컴은 자체 브랜드와 해외 직수입 브랜드를 주로 판매한다는 점에서 판매자와 소비자를 중개하는 오픈마켓 형태인 온라인 플랫폼과 차별화 된다. 진·가품 논란에서 자유롭고 교환·환불은 물론 일부 제품은 수선까지 직접 책임진다.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 등 코로나19 때 급성장한 명품 특화 이커머스가 병행수입을 통해 제품을 20~30% 가량 저렴하게 판매하면서 몸집을 불렸다면 에스아이빌리지와 더한섬닷컴은 가격은 약간 비싸더라도 100% 정품임을 보장하고 확실한 사후 서비스로 고객 만족도를 높였다.
판매제품군을 꾸준히 확대한 것도 매출 증가에 도움이 됐다. 두 플랫폼은 출범 초기 의류 판매에 집중했지만 이제는 식품을 제외한 거의 모든 제품을 판매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에스아이빌리지는 의류, 화장품, 잡화는 물론 가전·가구, 호텔 숙박권, 미술품, 전시회 티켓까지 판매한다.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몰인 SSG닷컴에서 먹거리를 제외하고 고급화 한 버전의 플랫폼에 가깝다.
더한섬닷컴 역시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에서 문구류, 주방용품, 반려동물 용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 신세계인터·한섬 온라인 매출 비중 20%로…이익률 상승 ‘선순환’
신세계인터내셔날과 현대백화점 한섬 매출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10%대에서 작년 20% 수준으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도 개선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영업이익률은 2019년 말 5.9%에서 작년 6.3%로, 같은 기간 한섬은 8.5%에서 11%로 상승했다.
온라인 판매는 매장 운영이 필요없기 때문에 고정비용 부담이 적다. 동시에 D2C를 강화함으로서 외부 플랫폼에 지급하는 수수료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은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한섬은 지난달 온라인 의류 전담 물류센터인 ‘스마트허브 e비즈’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500억원을 투자한 5만241㎡(약 1만5200평) 규모의 첨단 물류 센터다.
RFID(전자부착태그) 기술, 무인운반로봇 등을 활용해 제품 입고부터 출고까지 과정 상당부분을 자동화 해 연간 처리 물동량을 기존의 3배인 최대 1100만건으로 확대하고 주문 후 배송까지 걸리는 시간을 평균 41시간에서 9시간 단축한다는 목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달 초 에스아이빌리지 온라인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전면 개편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초(超)개인화가 핵심이다. 소비자의 검색 패턴, 클릭, 구매, 관심상품 등을 자동 분석해 맞춤형 혜택과 기획전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추가하고 이미지 검색 기능을 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