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들이 구매 전환율(온라인·모바일 플랫폼에 접속해 실제 구매를 하는 비율)이 높은 반려동물 용품 시장에서 신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강아지, 고양이 사료 등 일반적인 반려동물 용품은 역사가 긴 수입 브랜드가 제조를 하고 네이버, 쿠팡 등이 판매를 장악하고 있어 점유율을 뺏기가 쉽지 않다. 대기업들은 이색 반려동물 용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15일 아모레퍼시픽(090430)은 반려동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푸푸몬스터를 새롭게 선보인다고 밝혔다. 화장품 회사인 아모레퍼시픽이 반려동물을 겨냥한 전문 브랜드를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첫 제품은 비건(vegan·채식주의) 펫 샴푸 2종이다. 반려동물 표피가 사람보다 얇아 연약한 점을 고려해 자연 유래 계면활성제, 식물성 오일로 만들었다. 가격은 380㎖에 2만8800원으로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사람용 샴푸의 2~3배다.

아모레퍼시픽은 15일 반려동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푸푸몬스터'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첫 제품은 비건 샴푸 2종이다. / 아모레퍼시픽 제공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15년 1조9000억원 수준에서 작년 3조4000억원, 2027년에는 6조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온라인 패널조사 결과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 비중은 2010년 17.4%에서 작년 27.7%로 늘었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며 투자를 아끼지 않는 펫팸족(반려동물을 뜻하는 pet과 family의 합성어), 자녀를 낳는 대신 반려동물을 키우는 딩펫족(아이를 낳지 않는 딩크족과 pet의 합성어)과 같은 신조어도 탄생했다.

국내 반려동물 시장은 주로 강아지와 고양이 사료, 간식을 뜻하는 펫푸드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데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로열캐닌, 마즈, 네슬레 등 수입 브랜드 비중이 50%가 넘는다. 수입 펫푸드의 ㎏당 가격은 평균 1만1890원으로, 국산(3440원)보다 3.5배 높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의 선택을 더 많이 받고 있다. 수입 브랜드사가 반려동물을 처음 키우는 사람들이 사료를 소개받는 동물병원을 장악하고 있는데다 고품질 제품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 탄탄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식품기업들이 식품 제조 역량을 활용해 펫푸드 시장을 두드려왔지만 수입 브랜드의 공고한 시장점유율을 빼앗기는 쉽지 않았다. CJ제일제당(097950)은 2013년 반려동물 전용 식품 브랜드 오 프레시와 오 네이처를 출시했다가 2019년 펫푸드 사업에서 철수했다. 빙그레(005180)도 2018년 유제품 생산 노하우를 활용해 반려동물 전용 우유 펫밀크를 출시했으나 다음해 사업에서 발을 뺐다. 동원과 하림(136480), 사조그룹은 여전히 반려동물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밀고 있지만, 거래액이 수백억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최근 대기업들은 이색 펫푸드나 용품, 서비스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수입 브랜드나 대형 오픈마켓이 장악한 시장의 빈틈을 노리고 있다. 롯데마트는 9월 은평점에 반려동물 전문매장 콜리올리를 선보였는데, 유통업계 최초로 건강기능식 특화존을 마련한 것이 특징이다. 반려동물 영양제, 기능성 간식, 보양식, 시니어 반려동물 식품 등 세분화된 상품을 판매한다. 콜리올리 기획에 강아지, 고양이를 키우는 롯데쇼핑 직원들이 직접 참여해 반려인이 아닌 반려동물에 초점을 맞춘 용품 구색을 늘렸다.

롯데마트 은평점에 입점한 반려동물 전문매장 콜리올리. / 롯데쇼핑 제공

신세계(004170)그룹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도 9월에 반려동물 전문관 몰리스 SSG를 개점했다. 일반적인 강아지·고양이 사료 뿐 아니라 맛과 향을 보존한 동결건조 간식, 단백질이 풍부한 곤충사료, 영양제와 유산균을 포함한 건강기능식품 등 고가 제품까지 구입할 수 있다. 지난해 반려동물 관련 매출이 전년 대비 155% 증가하고 특히 2030 여성이 주요 고객층인 고양이 용품 매출 신장률이 185%에 달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

GS리테일(007070)은 7월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와 함께 반려동물 전문 쇼핑몰 펫프렌즈를 공동 인수한 뒤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펫프렌즈는 반려동물 용품 2시간 내 배송 서비스, 수의사와 전문가가 24시간 대기하며 상당가능한 고객센터, 고객이 입력한 반려동물 관련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매출이 2018년 30억원에서 작년 314억원으로 10배 늘었다. GS리테일의 편의점 GS25는 8월 반려동물 사체 처리를 돕고 장례 절차를 안내하는 반려동물 기초수습키트를 출시하기도 했다.

국내 유통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반려동물 시장에 주목하는 건 시장 규모가 확대되는데다, 구매 전환율이 유아용품 수준으로 높은 상품군이어서다. 인공지능(AI) 기반 마케팅 업무 자동화솔루션 빅인을 운영하는 빅인사이트가 2~7월 이커머스 고객의 행동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구매 전환율이 가장 높은 품목은 유아동으로 5.05%였다. 100명이 이커머스를 방문했다면 5명은 제품을 구입했다는 뜻이다. 다음으로 반려동물이 3.21%로 높았다. 가구나 스포츠, 잡화, 패션의류는 0~1%대에 그친다.

삼정KPMG는 최근 보고서에서 “식품, 유통, 화장품, 금융 등 업종을 불문하고 펫 비즈니스에 진출하고 있어 향후 업계·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며 “반려동물 종류와 반려인의 소비패턴, 선호도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연구개발(R&D)을 통해 소비자 수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제품·서비스로 차별화 하는 기업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