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과 아내인 송현옥 세종대 교수의 재산이 지난해 1년 간 14억원 불어난 가운데, 작년에 투자를 시작한 미국 주식의 가치가 두 배로 뛴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률은 약 100%다. 오 시장은 지난해 한국의 ‘서학 개미’들이 주목한 인공지능(AI), 양자컴퓨터, 소형모듈원전(SMR), 비트코인 관련주로 이 같은 성과를 냈다. 다만 이 주식들을 팔지 않고 그대로 갖고 있었다면 현재는 재산이 다소 줄었을 것으로 보인다.
27일 관보에 따르면 오 시장의 올해 재산 신고액(배우자 포함)은 74억 553만원이다. 59억 7599만원이던 작년과 비교해 와 비교해 14억2954만원 늘었다. 늘어난 재산의 대부분은 작년에 투자를 시작한 미국 주식이다.
오 시장은 지난해 만료된 보험과 금융상품을 해지해 예금액이 3억9695만원 줄었다. 이밖에 3642만원 상당의 브라질 국채를 팔았고, 국내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신라젠 257주도 154만원에 팔았다. 이렇게 확보한 금액은 4억3492만원이다.
오 시장은 지난해 마이크로스트래티지(현재 ‘스트래티지’로 사명 변경) 1241주, 아이온큐 2500주, 엔비디아 1100주, 팔란티어 1310주를 매수했다. 4개 종목의 작년 말 기준으로 10억5191만원이다. 확보한 금액을 전부 미국 주식을 사는 데 썼다면 원금을 제외한 수익금은 6억1698만원으로, 수익률은 141.9%를 기록했다.
오 시장의 아내인 송 교수의 수익률은 남편의 절반 수준이다. 송 교수는 만료된 보험과 금융상품을 해지해 6억7474만원, 브라질국채를 매도해 3억5903만원을 확보했다. 이렇게 마련한 금액은 총 10억7169만원이다.
송 교수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TSMC(ADR) 220주, 뉴스케일파워 2860주, 리게티컴퓨팅 1100주, 마이크로스트래티지 1065주, 사운드하운드AI 900주, 아이온큐 3850주, ARM홀딩스(ADR) 100주, 엔비디아 2846주, 오클로 621주, 테슬라 375주, 팔란티어 1270주를 매수했다.
송 교수가 보유한 11개 종목 주식의 작년 말 평가액은 18억4312만원이다. 금융상품을 팔아서 만든 금액으로 전부 주식 투자에 활용했다면 수익금은 8억934만원, 수익률은 78.3%이다.
오 시장과 송 교수의 투자를 종합하면 원금 14억6870만원으로 미국 증시 11개 종목에 투자했고, 작년 말 평가액은 28억9503만원이다. 수익금은 14억2633만원으로, 수익률은 97.1%를 기록했다.
오 시장과 송 교수는 작년 주식시장에서 뜨거웠던 테마에 투자했다. 엔비디아, 팔란티어, TSMC 등은 대표적인 AI 관련주이다.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도 AI 관련주로 묶인다. 뉴스케일파워, 오클로는 SMR 관련주인데, 역시 AI 시대에 급증할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이유로 각광받았다.
아이온큐, 리게티컴퓨팅은 양자컴퓨터 관련주이다. 스트래티지는 기업이지만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종목이다. 이 회사는 원래 소프트웨어(SW) 기업이었지만 2020년부터 비트코인 매수에 나섰고,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은행 대출을 받고 증자를 해 비트코인을 사들였다.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면 스트래티지 주가도 오르는 구조다.
오 시장과 송 교수는 지난해 이른바 ‘서학 개미’들이 몰려간 미국 종목을 대거 사들이기도 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보유한 미국 증시 상위 10개 종목 1위는 테슬라, 2위는 엔비디아, 4위는 팔란티어이다. 작년 12월에는 한국예탁결제원의 자료를 분석해 국내 투자자가 미국 기업인 아이온큐 주식의 31.2%를 갖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오 시장이 지금까지 보유한 종목을 바꾸지 않았다면 재산이 다소 줄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증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관세 전쟁 등의 이유로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월 ‘쓸만한 양자컴퓨터가 나오려면 적어도 20년이 걸릴 것’이라는 발언을 한 뒤 아이온큐 주가가 폭락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지난 19일 숭실대에서 열린 전국총학생협의회 대상 특강에서 “젊었을 때 직업은 변호사인데, 조금 목돈이 생긴 것으로 주식을 했다가 홀딱홀딱 다 까먹었다”면서 “그래서 (얻은) 값진 교훈이 공부를 하고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솔직히 말해서 한국의 상장지수펀드(ETF)에도 투자하지만 우리 장이 썩 안 좋다. 요즘 미국 장이 좋다”면서 “고위공직자는 국내 (증시에) 투자하면 안 된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서학 개미가 됐다”면서 “미국의 ETF에 (투자)했다. 작년에 미국에 투자한 사람들 수익률이 꽤 높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직자가 되기 위해서 괜찮은 것을 팔 수밖에 없어서 본 손해를 작년에 조금 리커버(회복)하기는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