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산불이 지난 21일부터 엿새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반려견들이 목줄에 묶여 대피하지 못 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23일 경북 산청의 산불 피해 현장에서 목줄에 묶여 있던 개를 구조하는 모습. /위액트 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26일 동물보호단체 ‘위액트(WEACT)’는 지난 23일부터 산불이 발생한 경북 지역에서 동물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위액트는 “산불 발화 지점부터 수색을 시작해 인근 대피소를 찾아가 주민분들께 미처 대피하지 못한 동물이 있는지 확인했다”고 밝혔다. 구조 현장을 담아 게재한 영상에는 빈 창고, 고무통 등에 목줄이 채워져 홀로 남겨진 강아지들의 모습이 담겼다.

위액트는 “길은 이미 쓰러진 나무들로 막혀 있었고, 산 중턱 전신주에선 전깃줄이 타들어가며 스파크가 튀고 있었다”며 “불꽃 아래로 고무가 녹아 떨어지는 틈을 숨도 못 쉰 채 헤치며 강아지를 안고 미친 듯이 뛰어 내려왔다”고 밝혔다.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 반려견의 목줄을 미처 풀어주지 못해 동물이 다치거나 죽는 경우가 많다. 산불이 발생할 경우 동물과 함께 대피하는 게 좋지만, 긴급한 상황에서는 최소한 동물의 목줄이나 사육되고 있는 우리의 문을 열어둬야 동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다만 재난 시 대피소에는 통상 반려동물을 동반할 수 없어, 집을 잃은 주민들이 반려동물을 데리고 마땅히 대피할 곳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2023년 강원 강릉 산불 당시에는 소방대원들이 긴박한 진화 작업 도중에도 주인을 잃은 반려동물의 목줄을 풀어 반려동물의 피해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산불 현장에서 구조된 개들은 산소 결핍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위액트는 “긴급재난 대피 시 반려동물을 동반할 수 없는 현실이 너무나 씁쓸하다”고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2년부터 반려동물과 주인이 함께 대피할 수 있는 ‘동반 대피소’ 지정을 추진 중이지만, 사실상 사업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