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오후 산청군 시천면 일대에서 민가 뒤로 불길이 치솟고 있다. /뉴스1

경북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은 의성, 안동, 청송, 영덕으로 차례로 옮겨붙었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바람이 산불 이동 경로를 결정한 것이다. 앞으로도 바람 방향에 따라 산불 확산 지역이 달라질 수 있다.

26일 기상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남쪽에 고기압, 서쪽에 저기압이 자리 잡고 있다. 남고북저(南高北低) 기압계 사이로 서쪽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중이다. 서쪽에서 부는 바람은 태백산맥 등 백두대간을 넘으며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바람은 28일 오전부터 차츰 방향을 바꿔 북서쪽에서 불어올 전망이다.

국립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의성에서 시작한 산불이 지금까지 북동쪽으로 이동하는 양상을 보였다”며 “28일 북서쪽에서 바람이 분다면 산불은 남동쪽으로 이동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앞서 경북 의성에서 지난 22일 발생한 산불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부는 바람을 타고 24일 안동으로 번졌다. 25일에는 바람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불었고 산불은 청송, 영양, 영덕으로 옮겨붙었다.

골짜기에서 산꼭대기로 부는 ‘골바람’도 산불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전반적으로 서쪽에서 바람이 불고 있지만, 산맥 지형에 따라 국지적인 골바람도 불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산맥 사이 좁은 골짜기에 많은 양의 바람이 몰아치며 골바람이 빠르게 산꼭대기까지 올라가고 있다”고 했다.

산불은 골바람을 타고 산꼭대기까지 도달한 뒤 불씨를 이곳저곳으로 날려 보내고 있다. 골바람이 산맥을 올라가며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바람을 만날 경우 불씨가 보다 멀리 이동할 수 있다.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바람을 만나면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불씨가 튈 수도 있다고 한다. 기상청 관계자는 “북서풍이 골바람과 만나 산맥을 부딪치고 돌면서 여러 갈래로 풍향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이런 경우 산불이 번지는 방향을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산불을 잡으려면 바람이 불지 않고 비가 많이 와야 한다. 비는 오는 27일 산불 발생 지역에 5~10㎜ 내릴 전망이다. 다만 비가 약한 데다 산불 지역은 대기가 건조해 물기가 쉽게 증발할 수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28일 이후는) 당분간 예보된 비 소식이 없다”고 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바람은 순간 풍속 시속 20m 안팎으로 강하게 불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산림에 (나무 등) 타들어가는 물질이 많은데 강풍까지 불면 연기와 열기가 심해져 시야 확보가 어려워지고 화재 진압을 위한 접근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날 오후 4시 기준 산불로 24명이 숨진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이날 오후 12시 50분쯤에는 의성에서 산불 진화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 1명이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