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님 힘내세요!” “계엄령 선포는 옳았다!” “이재명을 구속하라!”
보수 성향 단체인 ‘엄마부대’의 주옥순 대표가 이날 오후 2시 헌법재판소에서 100m쯤 떨어진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쪽에서 마이크를 잡고 한 말이다. 스피커에서 이 말이 큰 소리로 흘러나오자 길 건너편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오모(43)씨는 “문을 닫아도 시위 소리가 다 들린다. 칠판 긁는 소리가 나서 귀가 고통스럽다”며 “손님들이 너무 불편해한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는 16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을 접수한 뒤 첫 재판관 전원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심리 절차에 착수했다. 헌재는 사건 접수 180일 안에 ‘파면 결정’과 ‘기각’ 두 가지 중 하나를 선고해야 한다.
이날 오전부터 헌재 앞은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거나 반대하는 1인 시위자들 10여 명이 찾아왔다. 전국비상시국회의는 이날 오전 헌재 정문 왼쪽과 오른쪽에 나눠서 두 명이 1인 시위를 벌였다. 1인 시위자 중 한 명인 황순식 전국비상시국회의 위원장은 “오늘부터 선고가 나올 때까지 피켓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면서 “빨리 헌재 결정이 나와서 국가가 정상화되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대통령 탄핵 반대’ ‘대통령을 수호하여 나라를 지키자 불법 탄핵 반대’라고 손글씨로 쓴 손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어떤 1인 시위자는 다른 1인 시위자와 붙어 다니다 경찰로부터 제지를 받기도 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따라 헌법재판소 100m 이내에서는 집회나 시위가 금지된다. 다만 1인 시위는 예외인데, 1인 시위자 2명이 손팻말을 공유하다 경찰에 적발된 것이다. 경찰은 “2명이 같이 있으면 1인 시위로 볼 수 없으니 50m 이상 떨어져 달라”고 했고, 1인 시위자 두 명은 “손팻말을 나눠준 것 뿐”이라고 항의했다.
헌재 앞에서는 기자회견도 열렸다. 불교 관련 종교시민단체는 “탄핵안을 신속하게 인용하라”는 기자회견을 한 뒤 108배를 했다.
현재 앞에는 탄핵을 촉구하는 의미의 근조화환은 4개, 탄핵에 반대하는 축하화환은 12개 놓였다. 근조화환 리본에는 “계엄선포 때문에 연말 장사 망함” “지나친 음주는 헌법도 유린합니다”, 축하화환 리본에는 “국회의 독재로부터 나라를 수호해주세요” “내란 아닌 통치행위 계엄령은 적법했다”고 적혔다.
안국역 일대에는 이번 주 내내 집회가 예고돼 있다. 오후 2시에는 보수 성향 엄마부대가 집회를 열고, 저녁에는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헌재에서 직선거리로 500m 쯤 떨어진 경복궁 동십자각 인근에서 집회를 연 뒤 안국역으로 행진한다. 두 단체의 집회는 이번 주 금요일까지 매일 열리며, 주말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촛불행진’은 탄핵심판 결정이 날 때까지 매일 저녁 헌재 인근에서 촛불문화제를 열 계획이다.
상인들은 집회가 계속되면 영업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했다. 헌재 정문 건너편에서 일본식 돈가스 매장을 운영하는 김모(70)씨는 “집회한다고 사람이 많이 모이면 일반 시민은 통행이 방해돼 가게 안으로 사람들이 안 들어온다. 집회하는 사람들은 하나도 안 팔아준다”며 “여기 와서 (헌재에) 인용하라, 기각하라고 하지 말고, 결정 날 때까지 기다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