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학생회관 앞 게시판에 총학생회 선거운동본부 ‘하루’의 포스터가 부착돼 있다. / 정두용 기자

서울대 총학생회장 후보 중 한 명이 ‘의대 비상시국 대응위원장’ 활동 경력을 선거 자료에 기재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는 것으로 6일 전해졌다. 일부에서는 해당 후보가 당선되면 총학생회가 의대 정원 증원 반대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한다. 결국 해당 후보는 경력 누락을 인정했고, 그의 선거운동본부장도 책임을 진다며 본부장에서 물러났다.

◇‘의대 증원 반대’ 활동 논란되자 “당선되더라도 정치적 의사 표명 않을 것”

서울대 총학생회장 선거는 오는 11일부터 15일까지 치러진다. ‘하루’ 선거운동본부(선본) 소속 이강준(24·의학과 19학번) 후보, ‘시그널(Signal)’ 선본 소속 김민규(23·조선해양공학과 21학번) 후보 등 2명이 출마했다.

이 가운데 이강준 후보의 ‘주요 경력 기재 누락’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후보가 출마하면서 공개한 약력에 중요한 사실이 누락됐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지난 3~6월 의대를 휴학한 상태에서 ‘서울대 의대 비상시국 대응위원장’으로 활동했는데, 이 내용을 이 후보 측이 선거 공동정책자료집과 포스터에 기재하지 않았다.

일부 학생들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만난 농업생명과학대 소속 이모(23)씨는 “이 후보가 투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이력을 숨겨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총학생회장으로 당선되더라도 의대 증원에 대한 학생들의 뜻이 모이기 전까지는 (개인 차원에서나 총학 차원에서) 정치적 의사 표명을 하지 않겠다고 (이 후보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강준 후보는 지난 25일 공동 선본 발족식에서 “총학생회장으로 당선되더라도 학생들의 뜻이 모이지 않는다면 의대 증원과 관련해 어떠한 정치적 의사도 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학생회관 총학생회실. / 정두용 기자

◇의대생이지만 “컴퓨팅 관련 공대 수업 듣는다” 소개해 또 논란

그런데 이 후보가 당시 공동 선본 발족식에서 자신을 “컴퓨팅 관련 공대 수업을 듣고 있는 재학생”이라고 소개하면서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의대 재학생이었다가 의대 정원 증원 반대를 하면서 의대 휴학생이 됐는데 마치 공대 재학생인 것처럼 소개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런 식으로 학적을 보유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 후보는 2024년도 1학기에 의과대학 의학과를 휴학한 뒤 2학기에 복학했다. 현재 컴퓨터공학부 복수 전공을 목표로 필요한 자격 요건을 채우려 선이수 과목을 수강 중이라고 한다. 결국 이 후보는 의대 재학생이면서 공대 복수 전공을 시도하고 있는 상태다. 이 후보 측은 “평소 (이 후보가) 컴퓨터 공학에 관심이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만난 한 학생은 “의대 재학생인 사실을 감추려고 공대 수업을 듣고 있는 재학생이라고 말한 것 아니냐”라며 “총학을 의대 증원 문제에 끌어들일 수 있다는 지적을 피하려고 경력 기재도 안하고 학적도 애매하게 말한 것 같다”고 했다.

또 사회과학대학 소속 이모(24)씨는 “이 후보가 관악캠퍼스에서 공대 수업을 듣고 있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의대가 있는 종로구) 연건캠퍼스에서 보낼 것”이라면서 “캠퍼스별로 현안이 다른데 총학을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지난 4일 서울대 학생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입장문에서 “유리한 약력을 취사 선택한 것이 맞는다”라며 “(의대) 비상시국 대응위원회는 활동이 장기화하고 이슈가 고착되면서 위원장 자리에 회의감이 들어 올해 6월쯤 중도 사퇴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 후보 측 선거운동본부장은 경력 기재 누락과 관련한 책임을 지고 본부장에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