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한국과 같은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겪고 있지만, 상황이 악화되는 속도는 한국이 일본보다 빠르다. 지난해 일본의 합계 출산율은 1.26명으로 심각한 상황이지만, 0.78명에 그친 한국보다는 나은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저출산 문제를 연구해 온 전문가가 ‘고학력 이민자 수용’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가족사회학자 야마다 마사히로(山田昌弘) 일본 주오대 문학부 교수는 24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개최한 ‘소멸하고 있는 일본, 빠르게 추월하는 대한민국’ 세미나에서 “한국이 저출산 위기를 극복하려면 청년과 여성의 삶을 정확히 진단하고, 한국 문화에 맞는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야마다 교수는 일본의 저출산 대책이 실패한 데 대해 “일본 정부가 일본과 서양의 가치관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서구식 모델을 일본에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서구와 달리 일본은 자녀가 성인이 되더라도 바로 독립하지 않고 부모의 경제적 지원을 받는다. 부모들이 자녀에 대해 과도한 책임 의식을 갖고 있으면서 청년 세대는 경제적으로 불안해 해 혼인율과 출산율이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저출산의 이유 중 하나로 반려동물을 꼽기도 했다. 야마다 교수는 “일본 청년들은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기보다 애완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하거나 아이돌, 운동선수,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 가상의 존재에게 애정을 쏟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가상의 존재를 사랑한 경험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일본 30~34세 미혼 여성의 28%, 남성의 26%가 “그렇다”고 답했다.
야마다 교수는 “일·가족 양립 지원이 중심인 저출산 대책은 맞벌이 부부가 많은 도시 지역에서는 큰 효과를 보였다”며 기업 문화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했다. 일본의 출생아 수는 2000년 119만명에서 지난해 77만명으로 35% 줄었으나, 도쿄 시내인 23구 출생아 수는 같은 기간 6만5000명에서 6만6000명으로 1% 늘었다.
이밖에 유효한 저출산 대책으로는 ▲전통적인 가족 가치관 탈피 ▲퇴직자 근로 기회 확대 ▲ 직장 내 양성 평등 ▲ 고학력 이민자 수용 ▲ 무자녀 부부 증세 확대 등을 제안했다. 야마다 교수는 “파격적인 대책이 제시되지 않으면 일본은 이대로 쇠퇴할 것”이라며 “예를 들어 고학력 이민자 수용 대책으로 자국민과 이민자가 결혼하여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야마다 교수는 일본 후생노동성 인구문제심의회 전문위원, 내각부 남너공동참여회의 민간의원 등을 역임했다. 일본의 연애, 결혼, 저출산 문제를 사회학적으로 분석했고, ‘일본의 저출산 대책은 왜 실패했는가’, ‘나는 오늘 결혼정보회사에 간다’, ‘가족난민’, ‘패러사이트 싱글의 시대’ 등의 책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