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동조합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하는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이 다음달 1일 개통한다. 노조(산하조직)와 그 상급단체는 오는 11월 30일까지 2022년도 결산 결과를 공시해야 한다. 공시해야 조합원이 올해 10~12월 노조에 낸 조합비에 대해 내년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공시하지 않으면 세제 혜택에서 제외돼 세금을 더 내야 한다.
정부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시행령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노동개혁을 추진하고 있고, 노조 회계성 강화는 그 일환이다. 당초 내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3달 앞당겼다. 노조가 회계 결산 자료를 공시하지 않으면 조합원은 올해 1~9월에 낸 조합비만 세액공제 혜택을 받게 된다.
근로자가 낸 노동조합비는 지정기부금에 해당돼 15%를 세액공제받는다. 기부금이 1000만원을 넘으면 30%를 세액공제 받는다. 정부는 노조 조합비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것은 사실상 국민 세금으로 노조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므로 회계 투명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는 노조는 다른 지정기부금 단체와 달리 회계결산 자료를 공표할 의무가 없었다.
회계결산 자료를 공시해야 하는 노조는 조합원 1000명 이상인 조합과 그 노조가 소속된 연합단체, 총연합단체다. 조합원이 속해 있는 노조와, 그 노조로부터 조합비를 배분받는 한국노총·민주노총 같은 상급 단체도 회계 결산을 공시해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조합원이 1000명 미만인 노조는 따로 공시하지 않아도 상급 단체가 공시하면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조합원이 1000명 이상인 노조에 속해 있는 근로자는 전체 노조 가입 조합원의 73% 수준인 293만명이다. 상급 단체도 회계 결산을 공시해야 하는 등의 이유로 전체 노조 조합원의 90% 이상이 영향을 받을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000명’이란 기준은 노조의 관리 역량 등을 감안해서 설정했다.
이번에 개정된 노조법 시행령에는 노조 회계 감사원의 자격도 구체화했다. 노조 회계 감사원은 재무·회계 관련 업무에 종사한 경력이 있거나 전문지식 또는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맡도록 했다. 현재는 노조 회계 감사원의 자격이나 선출 방법에 대한 규정이 없어 ‘깜깜이 회계’의 원인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이 같은 제도 개편이 ‘노동 탄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개정된 시행령 핵심은 회계 투명성을 높여 노조의 민주성과 자주성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조합원과 국민 기대에 부응해 노조가 스스로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데 적극 동참해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