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상암월드컵파크 7단지 내에 걸린 현수막. /조연우 기자
‘주민 동의없는! 1+1 소각장
마포 주민들 목숨 걸고 결사 반대한다’

지난 7일 오후 4시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상암월드컵파크 7단지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온 현수막 내용이다. 서울시가 지난달 말 마포구청과 주민들 반대를 무릅쓰고 이 아파트 단지 바로 옆에 있는 난지도에 쓰레기 소각장을 새로 짓기로 결정하자 주민들은 항의성 현수막을 내걸었다.

난지도는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서울과 그 주변에서 나오는 쓰레기들을 품어왔다. 1978년에 처음 쓰레기 매립장이 생긴 뒤 서울, 인천, 부천, 광명 등에서 나오는 쓰레기들이 이곳에 모였다. 1992년 수용 한계량에 도달해 폐쇄했으나 2005년 같은 자리에 자원회수시설이 들어섰다. 현재 마포, 종로, 중구, 서대문, 용산에서 나오는 쓰레기가 매년 700t씩 난지도에서 소각된다.

난지도 자원회수시설이 쓰레기를 태우며 나는 냄새가 인근 주민들을 괴롭힌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상암월드컵파크 7단지 8층에서 19년째 살고 있는 정순례(76)씨는 “날이 흐리거나 바람이 부는 날이면 쓰레기 냄새가 집으로 고스란히 들어와 창문을 열 수가 없다”며 “환풍기와 에어컨을 계속 틀어놓느라 한 달 전기세가 15만원씩 나오는 건 예삿일이다”라고 말했다.

7일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상암월드컵파크 7단지 경로당에 서울시 관계자 출입을 거부하고 소각장 추가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조연우 기자

이런 상황에 또다시 난지도에 소각시설을 짓는다고 하니 주민들은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상암월드컵파크 7단지에 있는 경로당 입구에는 신규 소각장 건설을 결정한 서울시 관계자 출입 금지 안내문과 함께 ‘소각장 추가 결사반대’라 쓰인 현수막이 정문에 달려있었다.

상암월드컵파크에 16년간 거주한 정인숙(39)씨는 “난지도 주변을 보면 상지초, 하늘초, 상암초와 더불어 중고등학교에 학원가까지 있다”며 “학교가 많은 만큼 아이들이 많은 곳인데, 안 그래도 소각장 탓에 공기가 다른 동네보다 안 좋은 마당에 소각장을 하나 더 짓겠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곳 학부모들은 공기 질 때문에 코로나와 상관 없이 아이들 등하교 때 마스크를 씌운지 오래다”라고 덧붙였다.

소각장이 더 생기면 호흡기 관련 질병을 앓던 아이들이 더 상태가 안 좋아질까 걱정하는 학부모들도 있었다. 상암월드컵파크 6단지에서 8년째 살고 있는 40대 김모씨는 “올해 초등학교 5학년 된 아이가 천식이 있는데 소각장이 하나 더 생긴다는 이야기를 듣고 진지하게 이사를 고민 중이다”라며 “우리 아이 같은 경우가 한두명이 아닐 텐데 소각장이 생겨서 정말로 건강이 안 좋아지면 그건 누가 책임지는 건가”라고 말했다. 이날 김모씨 아내는 마포구 소각장 설치 반대 시위를 위해 점심시간부터 서울시청에 나간 참이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서울시에서 발생한 쓰레기 중 2274t이 소각됐고 1484t이 매립됐다. 같은 해에 환경부는 수도권에서 나오는 생활폐기물을 2026년부터 매립하지 못하도록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이에 서울시는 지금껏 매립했던 1000t 이상의 쓰레기를 소각할 시설을 어디에 지을지 고민해 왔다. 그 결과 난지도가 낙점된 것이다.

마포구 주민들 반대가 심하자 서울시는 나름의 회유책도 건냈다. 새로 소각장을 짓는 대신 현재 운영 중인 자원순환시설을 2035년까지 폐쇄, 철거하고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새롭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포구청은 이것이 비현실적인 제안이라고 보고 있다.

서울시가 신규 쓰레기 소각장을 짓기로 결정한 구역 조감도. 빨간색으로 표시된 곳이 신규 소각장 입지이고 그 오른쪽에 있는 게 마포 자원순환시설이다. 서울시는 신규 소각장을 짓는 대신 해당 자원순환시설을 철거하겠다 발표했지만 마포구청은 현실성 없는 회유책이라 맞서고 있다. /서울시 제공

현재 서울에 있는 4개 자원순환시설 중 마포에 있는 것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완공한 지 20년 넘게 지나 노후돼 있다. 매년 700~800t 정도의 쓰레기를 소각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나 지금은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마포 시설에서만 매년 750t씩 쓰레기를 소각 중이고 나머지를 강남, 양천, 노원 시설에서 조금씩 나눠 처리 중이다. 이런 여건에서 마포 시설을 철거하는 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신규 소각장이 만들어지고 기존 소각장이 폐쇄되지 않으면 이제 마포에서만 2000t 가까운 쓰레기를 감당해야 한다”며 “주민들 삶의 질과 지역 형평성을 고려하면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마포구청은 현재 운영 중인 소각장 시설 노후화를 개선해 더 많은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서울시에 제안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생활폐기물 쿼터(할당)제를 시행해 매년 배출하는 쓰레기 자체를 줄이면 추가 소각장이 필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기존 자원순환시설을 어떻게 개선할지 계획을 짜기 위해 서울시에 시설 관련 자료를 요구하고 있으나 서울시가 이를 묵살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