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일생을 항일 무장투장에 헌신하다 순국한 송암(松菴) 오동진 장군의 건국훈장은 국가보훈처 수장고에 61년째 잠들어 있다. 오 장군은 일제강점기던 1920년, 서간도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지방사령부인 광복군총영을 조직했다. 1925년엔 만주에서 교육과 무장투쟁 활동을 전개하던 항일독립운동단체 정의부 결성에 참여했으며 이듬해 정의부 총사령관을 역임했다.

정부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해 1962년, 건국훈장 1등급에 해당하는 대한민국장을 오 장군에게 추서했다. 그러나 1944년 공주형무소에서 순국한 오 장군이 후손이 없는 탓에 훈장은 주인을 찾지 못하고 보훈처에 보관 중이다.

정부가 독립유공자에게 수여하는 포상 중 약 40%는 주인을 찾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비즈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무소속 의원실에서 1일 입수한 국가보훈처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1949년 독립유공자 포상을 시작한 이래 올해 2월 24일까지 독립유공자 1만7644명에게 건국훈장 등 포상을 수여했다.

이 중 1만640명은 본인이나 후손이 포상을 전달받았으나 7004명에게 주어진 포상은 독립유공자 본인이나 후손을 찾지 못해 전해지지 못했다. 포상 미전수자 비율은 39.7%에 달한다.

독립유공자에게 주어지는 포상은 독립유공자 본인이나 후손에게 직접 전하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후손을 찾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포상을 전수하지 못하면 보훈처가 포상을 추서 연도별로 분류해 세종 어진동에 있는 보훈처 수장고에 보관한다.

미전수자 7004명 중 건국훈장 1등급에 해당하는 대한민국장 수여자는 오 장군 1명이다. ▲2등급 훈장인 대통령장 미전수자는 5명 ▲3등급 훈장인 독립장 미전수자는 171명 ▲4등급 훈장인 애국장 미전수자는 2683명 ▲5등급 훈장인 애족장 미전수자는 2209명이다. 건국포장 미전수자는 489명, 대통령표창 미전수자는 1446명으로 파악됐다.

보훈처는 남북 분단과 관련 자료 소실 등의 이유로 독립유공자 후손 찾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훈처 관계자는 “미전수자 중 상당수가 북한 지역에서 활동한 독립유공자라 분단 이후 후손을 찾는 게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서 “독립유공자 관련 자료가 애초에 많지 않은데 6·25 전쟁 등으로 소실된 서류도 많다”고 전했다.

양정숙 의원은 “포상을 전달하지 못한 분들이 전체 독립유공자 중 40%나 된다”며 “보훈처는 후손 찾기를 통해 독립유공자의 애국정신을 기억하고 계승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 의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활용한 입체적인 홍보가 온·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훈처는 국내외에서 포상 미전수자의 후손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보훈처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국내 독립유공자 후손 찾기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으며 해외 한인단체 등과 협력체계를 강화해 후손 찾기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독립유공자 후손을 찾는 데 국민들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