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문재인 정부에서 3년 간 한시적으로 도입한 안전운임제의 영구화(일몰 폐지)와 적용 품목 확대를 요구하며 지난달 총파업을 벌였다. 현 정부의 원칙적 대응과 여론 악화로 16일 만에 파업을 철회했지만, ‘안전운임제’ 일몰 3년 연장이 불씨로 남았다. 여당은 안전운임제 연장 대신 문제의 근원인 ‘지입차량’ 관행을 개혁하겠다는 입장이고,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를 사수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한일시멘트 단양공장 출하문 앞 도로에 시멘트를 실으려는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가 길게 늘어서 있다./연합뉴스

국민의힘에서는 화물연대 소속 화물차주들이 집단운송거부(파업)를 벌일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 지입차량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지난 26일 안전운임제 일몰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화물운송업계 구조로) 불합리·불공정하고 부당한 이득을 취하고 있는 부분에 근본적 개혁을 해야 한다”며 “안전운임제 일몰 하나를 연장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거머리 회사’를 언급했다. 성 의장은 “지금 화물차량이 약 45만대인데, 그 중 23만대 정도는 번호판을 빌려서 운송을 하는 지입차주”라고 했다. 이어 “(운송회사가) 번호판을 50~100개씩 갖고 차량을 사서 오는 차주에게 면허(번호판)를 부착해주면서 2000만~3000만원을 받으며, 월 30만~40만원씩 지입료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 의장은 “번호판 장사하는 회사가 불로소득을 거두면서 차량을 한두 대씩 사서 운행하는 분들의 소득은 그만큼 착취된다. 이 회사를 시장에서는 ‘거머리 회사’라고 한다”며 “이런 구조를 혁파할 정도의 개혁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안전운임제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성 의장의 발언처럼 화물운송시장에는 1960년대부터 지입제가 운영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입제는 외부적으로 화물차를 운송사업자 명의로 등록해 귀속시키고, 내부적으로는 각 화물차주(지입차주)들이 독립적인 계산으로 영업을 하면서 운송사업자에 지입료를 내는 형태를 말한다.

화물운송시장에서 운송업체와 차주의 관계는 ‘갑을’ 관계에 비유된다. 때문에 불합리한 계약이 체결되기도 한다. 지입제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입전문업체’가 거론된다. 운송기능은 하지 않고 ‘브로커’ 역할만 하면서 지입료 수입만 거두는 회사가 지입전문업체인 것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의 ‘2021 화물운송시장 동향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영업용 화물자동차는 총 50만3967대가 등록돼 있다. 차량의 명의가 돈을 주고 산 차주가 아닌 운송회사로 되어 있는 지입차주는 68.2%를 차지한다. 일반화물 운송시장에서는 지입차주 비중이 92.5%로 절대적이다.

화물차를 구입했다고 해도 곧바로 운송시장에 뛰어들 수는 없고, ‘프리미엄’(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프리미엄은 영업용 ‘노란색 번호판’을 구입할 때 지불하는 ‘번호판 프리미엄’과 지입 계약 시 물량을 확보해주는 대가 또는 번호판을 임대해주는 대가로 지입료 외에 지불하는 ‘영업권 프리미엄’ 등이 있다.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이 2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안전운임제 연장법안 처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프리미엄은 차종별로 다른데, 번호판 프리미엄은 안전운임제 적용 대상인 벌크시멘트트레이너(BCT)가 3741만원으로 가장 비싸다. 다른 차종도 1000만원대 후반에서 2000만원대 후반 사이에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다. 평균은 2639만원이다. 영업권 프리미엄은 차종에 따라 1000만원대 초반에서 2000만원대 후반으로, 평균은 1656만원이다. 4000만원 정도의 돈을 들여야 화물차를 산 뒤 운송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셈이다.

이런 비용은 화물차주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성 의장은 “다단계 화물운송이 만연해 있다. 운송 과정 중간단계를 단순화시켜야 적당한 운임이 돌아갈 수 있다”며 “화물운송 구조를 개혁하지 않으면 열심히 일하는 차주를 중산층으로 끌어올릴 수 없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여전히 안전운임제 일몰을 3년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27일 “정부·여당은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을 약속대로 지켜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