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분만 투자하면 500원을 아낄 수 있으니 기프티콘부터 찾게 되죠.”
직장인 박모(26)씨는 지난달부터 카페에서 기프티콘(온라인 선물 쿠폰)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직장 동료가 기프티콘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플랫폼을 소개해줬기 때문이다. 박씨는 “스타벅스에서 4500원짜리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4000원에 사 마실 수 있었다”면서 “운이 좋은 날엔 20% 넘게 할인된 가격으로 커피를 마신다”고 말했다.
최근 카페나 음식점 등에서 기프티콘으로 결제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선물 받은 기프티콘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 등장하면서다. 기프티콘의 거래 가격은 상품 판매가보다 10~30% 할인된 수준이다.
경기 용인시에 사는 이모(27)씨는 집이나 회사에서 치킨이나 피자를 시켜먹을 때마다 기프티콘 중고거래 판매 앱을 켠다. 이씨는 “정가보다 20% 싸게 나온 치킨을 먹은 뒤로 무언가를 살 때 관련 기프티콘이 있는지 찾아보게 됐다”며 “부모님과 지인들에게도 ‘꿀팁’으로 소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프티콘 거래 플랫폼에 ‘치킨’을 검색하자 2만원짜리 치킨이 1만6000원대에, 1만4200원짜리 치킨은 8000원대 후반에 거래됐다. ‘고물가’ 시대, 소비자들이 잠깐의 번거로움을 감수하고서라도 기프티콘을 찾는 이유다.
4일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올해 기프티콘 거래 플랫폼 이용자 수는 모두 증가했다. 이용자 수가 가장 많은 기프티콘 거래 앱 기프티스타의 경우 올해 1월 대비 지난 10월 이용자 수가 10%가량 증가했다.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팔라고, 니콘내콘의 경우도 지난 10월 이용자 수가 올해 1월과 비교해 각각 48%, 5%가량 증가했다. 기프티콘 거래 플랫폼에는 카페, 음식점, 영화관, 패션·뷰티 전문점 등에서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프티콘이 거래되고 있다.
이곳에서 거래되는 기프티콘의 특징은 업체에서 직접 판매하는 기프티콘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프티콘을 선물 받은 개인이 거래 플랫폼에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 등록을 하거나, 플랫폼 자체에서 개인에게 기프티콘을 매입해 다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C2B2C(Consumer-to-Business-to-Consumer)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일례로 플랫폼 검색창에 ‘스타벅스’를 치면 유효기간, 할인률에 따라 구매 가능한 기프티콘들이 나열된다. 그 중 하나를 선택해 플랫폼상에서 결제를 하면 바로 사용 가능한 기프티콘이 지급된다. 플랫폼에서는 안전한 거래를 위해 상품 구매가 완료되면 결제대금을 판매자에게 지급하거나, 플랫폼이 직접 검증된 기프티콘을 개인으로부터 매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물가 상승이 지속되면서 ‘짠테크(짜다+재테크)’의 한 수단으로 기프티콘 거래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봤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불경기에 물가가 오르면서 소비자들이 다양한 짠테크 방법을 고민하는데, 그중 하나가 기프티콘 거래”라며 “일상적인 지출, 즉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조금 더 정보를 찾고 노동을 투입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영향”이라고 말했다.
기프티콘을 파는 사람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교수는 “기프티콘을 선물 받은 사람의 경우 그 상품이 꼭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며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서 판매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프티콘 시장 규모가 자체가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온라인상 기프티콘 거래액은 약 575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4519억원) 대비 27.3% 커졌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비대면 거래가 익숙해진 상황에서 현금 선물만큼의 가치를 포함하는 게 기프티콘이다”라며 “편의성과 효용성이 높아 새로운 사례 문화로 정착한 셈”이라고 했다.